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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역시...'
2025년 5월의 어느 날, 나는 연이은 좌절감에 휩싸여 있었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직장, 보기 좋게 미끄러진 자격증 시험, 그리고 어젯밤 꿈에 나타난 얄궂은 똥 꿈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매한 로또는 역시나 꽝이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날들의 연속, 나는 깊은 수렁에 빠진 듯 괴로웠다.
기분 전환을 위해 집 근처 코인 노래방을 찾았다. 혼자 노래방에 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익숙한 공간이다.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선곡했다. 더원의 '사랑아', 노라조의 '형',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조재즈의 '모르시나요'까지.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예전처럼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다음 곡으로 부활의 '비밀'을 선택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떠올랐다. '굳이 원곡 가수처럼 부르려고 애쓰지 마세요. 당신의 스타일대로 부르면 됩니다.'
그 조언에 용기를 얻어 처음으로 키를 한 단계 낮춰 불렀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원키에 억지로 맞추느라 한 곡만 불러도 지치던 내가, 전혀 힘들지 않게 노래를 완창 할 수 있었다. 오히려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 후로 몇 곡을 더 불렀다. 놀랍게도, 그동안 100점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던 내가, 100점을 연달아 받기 시작했다. 정해진 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과 감정으로, 힘을 빼고 편안하게 노래를 부르니 결과까지 따라온 것이다.
코인 노래방에서 100점을 연달아 받으며, 나는 삶의 중요한 진리를 깨달았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억지로 나를 맞추려 애쓰다 지쳐 쓰러지곤 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평균'이라는 단어는 수학 문제 풀이에나 어울리는 말이다. 인생에는 정해진 평균이 없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 높이가 곧 나의 평균인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대신,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100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