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 돌아
바람이 머무는 곳
당신 잠든
작은 언덕
지난 계절에도 왔건만
오늘도 잡초는 무성해
뽑아내고 뽑아내도
자꾸만 자라나는 그리움처럼.
땀방울 식히려
그늘에 앉아 쉬는데
저 아래 울음소리 들려온다.
새로 온 손님들인가,
아직 슬픔이 낯선 얼굴들
이제는 내 슬픔이
무뎌진 줄 알았는데
그들의 눈물에 젖고
문득 당신 생각에
울컥, 목이 메어와
산과 바위는
시간에 깎여
슬픔도 잊을 텐데
사람의 마음은
왜 이리 고집스러운지
자꾸만 선명해지는
당신의 마지막 모습
이젠
울지 않겠다 다짐해도
곁에서 우는 산새 소리에
내 안의 슬픔이 다시 태어나
조용히 당신의 이름을
바람에 실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