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붕 아래
각자의 방에 갇힌 밤
문 닫힌 방문들 뒤로
고요만 흐른다
"밥 먹었니?"
엄마의 파란 말풍선
"네, 먹었어요."
내 손가락이 답한다
거실의 불은 꺼지고
각자의 화면만 빛난다
따뜻한 목소리 대신
타닥이는 자판 소리
한 지붕 아래
수많은 대화가 오가지만
눈빛은 마주치지 않고
온기는 닿지 않는다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
집은 가득 찼는데
마음은 텅 비어간다
“회색달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달빛입니다. 나는 이 빛을 따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언젠가 더 선명한 빛으로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