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랑 눈 마주친 날

수필집 [마음이 휘어지는 자리]

by 회색달

해 질 무렵이었다.

골목 어귀, 차가 오가는 도로변 한쪽.

그늘진 길가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식빵처럼 앞발을 반듯이 모으고,

꼬리는 말끔히 몸통에 감겨 있었다.

귀는 반쯤 접혀 있고, 눈은 크고 조용했다.

얼룩은 회색과 흰색이 군데군데 섞였고, 왼쪽 뺨엔 바람에 스친 듯한 검은 얼룩이 있었다.

한쪽 눈두덩이에 상처인지 무늬인지 모를 자국이 있어, 조금 더 오래 살아낸 존재처럼 보였다.


가만히 눈을 마주쳤다.

고양이 인사법이 생각나,

보도블럭 끝에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 애도 한 박자 늦게, 나처럼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우린 아무 말도 없이 서로 인사를 나눈 것이다.


서로를 알아볼 일도, 이름을 부를 일도 없지만

그 시간엔 그냥 거기 함께 있었다.


나는 가방 안에서 늘 산책길에 챙겨다니는 츄르 하나를 꺼냈다.

도망치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둔 채, 조심스럽게 포장을 찢어

작은 돌 위에 올려두었다.


그 애는 한참을 바라보다 조용히 다가와서,

경계도 욕심도 없이 천천히 입을 댔다.


그때 문득, 예전에 읽었던 『고양이 로소이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로소이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존재였다.


그걸 읽으며 그땐 그저 ‘고양이가 참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다르게 느껴졌다.


고양이는 ‘동물’이 아니었고,

‘이 순간을 함께 보내주는 존재’였다.


그날 나는 외롭지 않았다.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눈 것도,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조금 덜 외로웠다.


그래서 그런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아주 조금 가벼웠다.


그 아이의 걸음은 골목 저편 어둠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날, 그런 순간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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