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조각

67.[오늘이라는 삶은 처음이라 그래]

by 회색달

바람이 불었다.

생각보다 거셌다.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니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다.


다 부서질 것 같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모양이 바뀌고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둥글어졌고,

바람이 스며들었다.


아프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아픔 덕분에

내가 얼마나 약한존재인지

처음 알게 됐다.


예전엔

변화가 두려웠다.

지금은 좀 다르다.

도망치지 않고

그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다른 선이 생겼고

내 안에

새로운 곡선이 그려졌다.


색이 흐려질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진해졌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내가 남았다.


나는

부서지지 않았다.

조금 더

유연해졌을 뿐이다.


그게 지금의 나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다.



조용히 걷듯, 일상을 살아낸 사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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