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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걱정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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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달

하루에도 몇 번씩 걱정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평생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에

지레 겁먹고, 다친다.


만약 잘못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지?

괜찮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늘 불안하다.


하지만

문득 돌아보면,

그토록 걱정했던 일들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난다 해도, 결국 지나갔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울고, 웃고, 버티며,

생각보다 잘 살아냈다.


걱정은 내일을 미리 준비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필요 이상의 무게를 지게 만들었다.


나무를 생각했다.

겨울의 찬바람도, 여름의 뜨거운 열기마저도 온몸으로 받아내 견디고 나서야 단단해진다.

과정을 피하지 않는다.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예측하지 않고,

그저 지금 주어진 날을 살아낸다.


삶도 그렇게 흘러간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기쁨이 오고,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운 다하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마음을 허비하기보다


살아갈 날들을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삶은 흐르는 물 같고,

나는 그 안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버티며, 자라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더는 걱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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