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가득한 길을 걷고 있다면

by 회색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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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달 전 알림인데, 그동안 다른 공모전 준비에 바쁘다는 핑계로 초고만 끄적인 날이 매일이었다.

다시 마음을 잡아봐야겠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숨이 '턱'하고 차오를 때가 있다. 중요한 회의를 위한 서류가 오 배송된다거나, 거래처와의 발주 일정이 맞지 않거나, 사람들과의 오해로 하루가 빡빡할 때, 등등. 그럴 땐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다. 발은 천근만근, 과연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끝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이 끊이질 않는다. 그럴 땐 입버릇처럼 "이제 그만 포기해!"라고 말했다. 주저앉고 싶다 못해, 이대로 녹아내려 버리고 싶은 순간을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서.


셀 수 없이 그런 안개 낀 길 위에 섰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두려움. ‘나는 여기서 끝인가?’ 하는 절망감.


하지만 지금은 그 짙은 안갯속에서도 아주 짧은 보폭이라도 한 걸음 더 떼어본다. 굳이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이대로 멈추는 것보다는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목표는커녕, 오늘 하루를 겨우 버티는 게 전부였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때로는 다시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하면서 느릿느릿 걸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남들과 비교할 힘도 없었다. 그저,

"괜찮다, 조금 휘청거려도 괜찮다.
방향을 잃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한 발짝만 더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다시 발을 떼는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때로는 아주 천천히, 혹은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더라도, 기어코 발을 떼는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결국,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방향이 잠깐 틀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건, 꺾이지 않고 다시 발을 내딛는 용기.


그러니까, 혹시 지금 당신도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고 있다면, 혹은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잠시 쉬어가세요. 그리고 아주 작게, 딱 한 발짝만 더 내디뎌봐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잘 나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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