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부딪히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평소 자주 가는 산책로에서 사진첩을 꺼내보았다.
우연히도, 그 사진은 딱 1년 전의 모습이었다.
변한 게 없는 듯했지만, 사진 속 나무들은 그때와는 조금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갔구나, 하고 생각했다.
초록 잎 사이로 노랑이 스며든다. 노랑잎이 먼저였을까? 누가 먼저였는지 모를 만큼,
나무는 매일 조금씩, 조용히 변해가고 있었다.
나도 그렇다.
예전엔 변화가 두려웠는데, 이제는 그냥 그렇게 두기로 했다. 이건 내 일이 아니라, 시간이 하는 일이니까.
가끔 거울 속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게 늙는 게 아니라, 시간에 물들어가는 중이라고.
조금씩 색이 옅어지고, 말이 느려지고,
감정이 덜 요란해지는 게 어쩌면 나쁘지 않다.
그게 내가 세상과 어울려가는 방법 일 테니까.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나이 드는 게 아니라, 조용히 시간에 스며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