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을 읽다가
삶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어른다움의 본질
어른이 된다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책임이 늘고 삶이 단단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느낌.
예전엔 당연하게 여기던 순수함이나 기대, 이유 없이 설레던 감정들이 이제는 잘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그걸 그냥 ‘아, 이제 이런 건 잘 안 되는구나’ 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에 가깝다.
살다 보면 오래 묵혀 있던 감정들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그 울퉁불퉁한 결을 손으로 만져보듯 바라보다 보면, 삶이 생각보다 무거운 거였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의 서문도 그렇다고 말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행복이 기본값으로 주어진 존재가 아니다. 삶은 우리에게 친절하게 완충지대를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슬픔은 밀어내고, 불행은 피하고, 좋은 순간만 잘 모으면 행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그게 가능한 걸까?
행복은 예쁜 순간들만 모아서 쌓아 올린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대, 실망, 우울, 희망 등. 이런 감정들이 뒤섞여서 그냥 전체적인 결을 만든다. 그 복잡한 감정들을 인정하면서 걸어가는 태도. 아마 그게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더 가까울 거다.
삶은 자주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계획에서 벗어나고, 엉키고,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고.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불완전함을 실패라고 단정 짓지 않고, 그냥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하고 받아들이는 연습 같다.
일어난 일들을 내가 어떻게 해석할지 결정하고,
그 해석이 쌓여 지금의 나를 세운다. 흔들리고, 다시 서고, 또 휘청거리면서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된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누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내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건너가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시간이 지나면 우리를 조금씩 더 조용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