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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35.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by 회색달

어젯밤에 후배 A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었어요. 폭행으로 입건될 수도 있다더군요. 마흔 다 돼서… 그것도 공무원이.

참, 인생이라는 게 이럴 때 보면 황당하기도 합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얼굴 보고 얘기를 들어줬습니다. 뭐, 길게 할 말도 없더라고요.

그냥 딱 한마디 했습니다. “야… 다 지나간다.”


지난주엔 고모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고모부 댁에서 지낸 적이 있어서 일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갔습니다.

상주도, 고모도 깜짝 놀라시더군요. 바빠서 못 올 줄 알았다고. 새벽 두 시에 도착했으니 그럴 만하죠. 아니, 어쩌면 10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제가 더 놀라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밤 열두 시에 춘천에서 일산 장례식장으로, 조문 한 시간도 못 하고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는 길. 시계는 어느덧 새벽 다섯 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참 묘하더군요.


한 8년 전엔, 생각이 입으로 툭 튀어나가고, 그 말이 나를 괴롭히고, 또 다른 사람까지 괴롭히고

그러고 나서 내가 나를 미워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왜 이럴까.’ 그런 생각들.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것들도 그냥 지나가더군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일들도 결국 그렇게 흘러갈 겁니다.


지금의 나도, 그렇게 또 한 페이지를 넘기는 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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