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눈은
천천히 내린다
긴 숨을 고르는 듯
느리게,
시간을 두고.
나무 가지의
하얀 침묵 만이
겨울을 기억하고
나의 손끝에
닿는 겨울은
자꾸만 흘러내리는데.
그럼에도
아직 녹지 않은 순간을
한 겹씩 받아본다.
눈은
기억이 아닌,
세상을 흰색의 한 방향으로 기울일 뿐이니까.
한 겨울의 눈은
그 느림으로
모든 소리를
가볍게 접는다.
“회색달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달빛입니다. 나는 이 빛을 따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언젠가 더 선명한 빛으로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