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세상 위의
아이의 발자국이 먼저 말을 걸었다.
작고 낮은 깊이로
세상의 표정을 바꾸더니
바람의 방향까지도
살짝 비뚤게 만들었다.
아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자리의 온도는
겨울을 데웠다.
햇빛이 내리자
발자국 끝에서부터
얼어 있던 하루가 풀리더니
그 잠깐의 흔적을
겨울이 조용히 감쌌다.
눈은,
금방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아이의 걸음을
한 번 더
안았다.
“회색달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달빛입니다. 나는 이 빛을 따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언젠가 더 선명한 빛으로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