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자물쇠

by 회색달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유지되는 것들이 있다.

건물 한쪽에는 오래된 컨테이너 창고가 있다. 전임자에서 그다음으로, 다시 나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온 곳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열지 않았고, 가끔은 존재를 잊고 지냈다.


10월 말, 겨울을 준비하며 제설제를 꺼내기로 했다. 열쇠가 없었다. 서랍을 몇 번이나 다시 열어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과장님은 그런 창고가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부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으니 그럴 법했다. 동료들은 지금은 다른 일로 바쁘다며, 다음에 다시 찾아보자고 했다. 창고는 그렇게 계속 잠겨 있었다. 열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는 상태로.


자물쇠를 한 번 만져보았다가 손을 털었다. 짙은 갈색 가루가 묻어났다. 오래된 쇠의 냄새가 났다. 누가 봐도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잠겨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전히 그대로 두어야 할 것처럼 보였다.


첫눈 소식이 들렸다. 며칠 뒤, 잠금장치를 부수기로 했다. 미뤄두었던 일을 처리하듯 공구를 꺼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낡은 쇠붙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자리에 오래 버틴 흔적만 선명하게 남았다.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쌓인 상자와 오래된 종이 냄새뿐이었다. 특별할 것은 없었다. 잠가둘 이유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새 잠금장치를 달았다. 크기를 맞추고 나사를 조였다. 문을 닫자 이전과는 다른 소리가 났다. 묵직했다. 몇 번을 더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퇴근길, 그 앞을 지났다. 불이 꺼진 건물 옆, 문은 닫혀 있었다. 새 자물쇠는 눈에 띄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닫았다.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소리가 났다. 손잡이를 놓고 나서야, 오늘은 문이 잘 닫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열지 못하고 있었던 건 없었는가 했다.


이전까지는 마지막에 메시지를 넣어 '정의'하는 문체를 썼었다면, 이번에는 전반적인 '묘사'에만 집중했고 마지막에 '장면'을 남김으로써 독자만의 결론을 내리는 쪽으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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