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문방구

by 회색달

집 근처 초등학교 앞 문방구의

셔터가 내려진 지 며칠.


24시간 무인 문방구가

들어서 있었다.


불이 켜져 있었다.


한때는

종을 밀면 주인이 고개를 들었고

공책 사이에는

어제의 때가 남아 있던.


학교가 끝나면

그 앞에 모여

뭘 사지 않아도

한참을

서성거렸다.


이제는

종을 누를 필요가 없어

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묻지 않아도

계산은 끝나 있다.


그러다 문득

너도

이렇게 조용해졌구나.


이제 보니

너는

물건을 팔던 곳이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며칠 전 집 근처 초등학교 앞 문방구가 문을 닫았습니다. 폐업인지, 확장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동안 차가운 셔터에 가려진 채 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스물네 시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인으로 말이죠. 변하지 않은 것은 아이들 손에 하나 둘 무언가를 쥐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종을 눌러야 열리던 시간이 사라졌고 주인에게 들키지 않으려 고르던 망설임도 사라졌습니다.

계산은 말없이 끝났고 머무를 이유도 줄어들었습니다. 문방구는 여전히 거기 있었지만

기다려주는 사람만 빠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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