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전되지 않은 시간

by 회색달


​겨울 훈련이 끝나고

나는 닫혔다.


​철제함 속, 안전장치가 걸리고

번호표 아래 정렬된 채

밤은 지나간다.


​지금은 장전되지 않은 시간.


비어 있는 약실(藥室)로

차가운 정적만이 숨을 쉰다.


​문밖에는 봄이 왔다고 한다.

담벼락을 넘은 꽃향기가

철문 틈에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이 시간이 버려진 것은 아니다.


침묵 속에서

나는 가장 예리하게 벼려진다.


​언젠가 열쇠가 돌아가고

문이 열리면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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