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훈련이 끝나고
나는 닫혔다.
철제함 속, 안전장치가 걸리고
번호표 아래 정렬된 채
밤은 지나간다.
지금은 장전되지 않은 시간.
비어 있는 약실(藥室)로
차가운 정적만이 숨을 쉰다.
문밖에는 봄이 왔다고 한다.
담벼락을 넘은 꽃향기가
철문 틈에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이 시간이 버려진 것은 아니다.
침묵 속에서
나는 가장 예리하게 벼려진다.
언젠가 열쇠가 돌아가고
문이 열리면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간다.
“회색달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달빛입니다. 나는 이 빛을 따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언젠가 더 선명한 빛으로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