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에 대처하는 방법

끝이 좋은 걸 채워라

by 회색달

일곱 번째 연재를 마쳤다. 늘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꿈에 그리던 작가 생활을 하는 것도, 정기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것도. 이걸 친한 지인한테 자랑이라도 할까 했다가 마음을 접었다. 어차피 '글'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탓이다.


'되는 대로 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한 지가 언제였는지 그때의 날씨를 기억한다. 뜨거운 햇 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던 오후였다. 장 맛 비도 아닌 녀석이 내 옷을 다 적신 날, 나는 그대로 서 있으면서 온몸으로 비를 맞았다.


그땐 그러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시원하게 비라도 맞았으니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마음속 불을 어디에 터트릴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매일 쓴다. 교차로 신호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다가 멋지게 튜닝 한 자동차를 보면 머릿속에 글 감을 넣어두고, 산책 중에 민들레 한 송이라도 보면 메모에 적어 두었다가 나중에 집에 와서 꺼내어 쓴다.


처음 글 쓰기를 시작했을 땐 '뭘 써야 하나' 했다.

그건 바꿔 말하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나.'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본연의 나'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도 모르고 있으니 자꾸 바깥에서 부는 바람에 휘청 거렸을 지도.


오늘 저녁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을 했다. 도서관에 앉아 밀린 대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계속해서 연락하는 바람에 못 이긴 척하고 노트북을 차에 실었다.

도로 위,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반쯤 덮어둔 노트북에서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온라인 수업을 오늘이 지나기 전에 수강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계속 틀어놓고 가야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동갑내기 외에도 C와 K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장 님께 양해를 구하고 일행의 자리 옆 콘센트에 노트북 충전기를 꽂아뒀다


"아니, 그걸 여기까지 들고 와서 한다고?"

"아 너무하네~ "

"야야, 봐줘라 좀. 오늘까지 수업인데, 네가 안 나오면 절교라고 하니깐 나온 거잖냐."

"그래 우리가 오늘은 양보하자. 그래"

"하~~ 참. 그래 나왔으니 된 거다"


이런저런 회포를 푸는 중에 나를 불러낸 E가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 나 요즘 정말 진지해. 너는 맨날 공부한다는데 대체 뭘 공부하는 거야?"

"나?. 봐라 대학 수업 듣잖냐. 뭐긴 뭐냐. 늦게 대학 들어가서 공부하지 뭘 하겠어"


대학수업도 수업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올해 안으로 정리하고자 마음먹었던 글을 정리하려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예전 같으면 '에이 뭐 이런 걸 해'했겠지만 만 5년, 제대로 쓰기 시작한 지 3년 차 초보 작가에게는 건방진 소리.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자격증이나 영어공부처럼 학문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마지막 과제가 바로 한 편의 글이고, 최종 졸업 작품은 책 한 권이 될 테고.


E가 이어서 물었다.

"요즘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너처럼 책이나 좀 읽어볼까? 도서관 다니면서?"

옆에 있던 k가 말했다.

"아서라. 괜히 재미도 없는 일 시작했다가 머리만 아프지."

"...."


무어라 말을 해줘야 하는데, 나는 지금 처음으로 내 열정을 다해하고 있는 일이 있다고, 너도 해보라고, 그럼 인생을 다시, 다르게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k, C는 계속 이야기를 나눴고

내일 출근 시간을 염두에 둔 나와 E는 자리를 떴다.

"내가 술 안 마셨으니 집에 데려다줄게"

"어? 그래? 진짜? 고맙지 그럼"


"E! 너 정말 뭔가 하고 싶냐?"

"아, 아까 말한 거?. 아니 너는 뭔가 열심히 살면서 한 걸음 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너랑 비교하면 나는 뭔가..."

"그걸 뭘 비교하냐. 너는 너대로 퇴근하면 테니스도 치고 사람들하고 맥주도 한잔씩 하잖아. 나는 못하고 있고"

"아니 그건 네가 일부러 안 하는 거 아냐?"

"맞지. 그게 맞지. 언제까지 매번 보던 얼굴끼리 보고 앉아 취하며 하루를 보낼 순 없잖냐. 너 한 말기억하지? 나보고 어디 가서 여자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물었잖아."

"그렇지 나 요즘 외로워"

"사람과의 인연은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거라더라.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이 되어야지 억지로 찾을 수도 없는 거래"

"아니 무슨 스님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됐다. 무슨 ㅋㅋㅋㅋㅋ"


한 참 후 집에 돌아온 나는 E에게 아래 영상을 보내줬다. 김창옥 교수의 영상이다.

남자가 채울 수 있는 것, 끝이 좋은 것을 찾으라는 말이 인상 깊은 영상이다.


https://youtu.be/j2 HEdKmZZI8? si=hZPnacf-TDYlTUFD

나, 잘하고 있는 거 맞겠지?. 마흔은 흔들리지 않도록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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