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오늘 종일 마음속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불안함이 나를 괴롭혔다.
흔히 하는 말로 '공허함'이라고 했다.
채우려고 노력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괴리감에
몸서리치도록 마음이 차가워지는 순간.
몇 년만이었다. 어쩌면 처음 일지도 모를
차라리 신체의 불편함이나 아픔이라면
당장이라도 병원에 들러 해결할 수 있을 것을
하루종일 책상 위 모니터만 보다 퇴근했다.
스스로에게 '괜찮은 건가'라는 질문도 잠시
퇴근길 위의 운전대를 도서관으로 꺾었다.
이대로 정체 모를 감정에 나를 가두는 일은
지금껏 두드리며 보듬어온 내 삶의 배신이라는
아주 거창함 덕분이었다.
됐다. 다시 쓸 용기가 생겼다.
어차피 나는 글 쓰는 일과 나를 두들겨 보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니 그렇게 오늘도 간신히
하루를 버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