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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May 02. 2024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한참 초고 책 쓰기 수업을 들었을 때의 기억이다. 강원도에서 서울 강남까지  매 주말, 두 달 넘도록 다녔다. '뭐 그리 대단한 강의라고 그렇게 다니냐, 비싼 돈 내고 그럴 만한 일이냐'라는 '옆 말'을 들었.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었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 들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싶었을 뿐.  20년 1월,  여백뿐이었던 화면에 첫 문장을 쓴 그때를 기억한다.


 글을 써보겠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쓰겠다.라는 다짐을 세울 수 있게 된 건 사실 이전에 많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으로 본다.


20대만 하더라도 '무조건 돈은 쓰지 않고 모으는 거다'라는 이상한 (당시에는 그게 시대적으로 올바른 교육관이었다) 가르침을 마치 절대적인 신앙으로 따랐으니 주변 또래 보다 조금 일찍 큰돈을 모았었다.


대략 1억. 십 년 전 일이니까 지금의 1억과 비교하자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내가 살았던 지방에서는 당시 금액이면 대출 없이 작은 평수의 아파트 한 채를 구매할 수 있는 액수였다. 지금은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지식 없이, 공부 없이 모으기는 잘했다. 안 쓰고 지갑에 차곡차곡 쌓아놓기만 하면 되니까. 그 이후가 문제다. 돈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어느 순각부터는 잔고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여행도 다니고, 차도 구매하고, 이런저런 지출 끝에 남은 건 처음 보는 숫자, '0'

 첫 직장에 취업하고 난 뒤부터 월급이 늦어지는 경우도 없었고 미지급도 없었기에 계속 양의 숫자였건만,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처음이니까 그랬을 거다.

 

부족해야 소중함을 안다고, 다시 돈을 모으자는 다짐을 해어도, 이미 지출돼있는, 대출까지 일으킨 소비생활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기를 수 년째, 서른 나이에는 0의 숫자는 없지만 양도 아니다. 앞으로 갚아가야 할 빚도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비난하거나 창피하다고 얼굴 붉히고 싶지는 않다. 내가 남긴 흔적인데, 누구에게 말을 할까. 혼자 읊조리기 어려워 글로 쓰고 싶었고 방법을 찾다 보니 글을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보고자 한 것.


물 가에 가도 먹는 방법이 다 다르니까, 나에게 딱 맞는 도구를 찾는 과정,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 글쓰기 인 셈이었다.


글쓰기에 깊은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일기를 쓰기 전까지는, 많은 공모전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책 쓰기 수업에서 들은 말이 있다. '문학은 삶의 향기를 더 짙게 한다'라는  말.


 문학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활동이다. 허구를 띈 작품세계가 있다 한들, 개인이 겪은 경험을 통해 새롭게 세상에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다.

그만큼 작가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영향력을 끼친다.

 

"문학은 독자에게 정신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인생의 의미와 진실을 깨닫게 하는 종합적인 기능을 담당한다."문학의 기능(국어사전)


라는 부분을 보더라도 그동안 물질적인 욕구 충족을 쫓아다닌 내 생활과 대비해 제대로 된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는 책 쓰기 강의 시간에 몇 번이나 들었던 내용이다.


"지금 당장 해답을 구하려 하지 마라."


지금까지 다리 없는 강가에 봉착했을 때, 딱 맞는 답이 없을 때, 나는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봤다. 눈에 보이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못하면 잠조차 이룰 수 없는 성격 때문에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혔던가. '차라리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잠시나마 곯머리 썩던 머리를 해결하고 싶었다.


덧붙여 인생 선배후대에 남겨진 나에게 하나 둘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 같다. 오늘 나는 젊은 시인을 꿈꾸며  또 하나의 시를 가슴에 담고 다.


22.2.10 기록을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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