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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Apr 26. 2024

34.특별한 하루, 특별한 선물

몇 년 전부터 자기 계발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였던 덕분이었을까, 이것저것 성과가 많았다. 작게는 공모전에 입선도 하고 '올해에는 꼭 따고 말겠다.'라고 다짐했었던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퇴근 후 거실 책상에 앉아 그간의 행적을 머릿속으로 쫓으니 재미있다. 마치 자기 계발에  미친 사람인 것처럼 살았다. 무언가 하나에 푹 빠져있었던 많은 날들. 바쁘고 정신은 없어도 행복했다.   

  

그런 모습이 신기해 보였을까?. 직장 후배 A의 말이 재미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대체 잠은 언제 자요?'  라거나, '언제 그렇게 글을 썼어요? 어떻게 글 감을 찾아요?' 등의 질문.

     

얼마 전 A 역시  대학시절 문학을 전공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한 번 두 번 문학 작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다 보니 친해진 사이다. 처음에는 내가 글을 쓴다는 말에 '에에?' '거짓말!' '대박'을 연신 외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글은 새벽에 일어나 쓰고, 운동은 출근 전, 독서는 매일 틈틈이 합니다.'


그 말을 들은 그의 반응이 더 재미있다.     

'대박! 이야, 다시 봐야겠네'     

     

 나라고 처음부터 글을 썼던 건 아니다. 하나에 북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는 성격이다 보니, 이전엔 술 마시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에 빠져 돈도, 시간도 많이 썼다. 그러길 몇 년, 한순간에 나빠진 건강과 월급날인데도 통장에 잔고가 '0'인 날이 반복되자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삶으로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내가 바뀌게 된 건 오로지 글쓰기 모임이자, 책 쓰기 수업 덕분이다. 매일 아침, 기적처럼 일어나 글을 쓰는 일. 새 아침의 시작을 내 의지대로 계획하고, 실행으로 옮기면 마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정말 쓴다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까?' 하는 의심이 생겼지만 내 일상의 일을 하나 둘 기록하기 시작하니 삶  자체가 글로 남기기 위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어갔다. 아침에 쓰지 못하면 점심시간을 이용하거나, 퇴근 후 독서 카페에 앉아 글을 쓰기도 했다. 그 순간이 제일 좋았고 누구의 눈치 볼 일 도 없이 미안해하거나 왜 쓰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나와 기꺼이 내가 선택한 고요함만이 존재했다.     


글쓰기 수업에 입문한 지 5년 차, 슬그머니 손에서 글쓰기를 놨다. 사실 쓰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소재를 찾는 시간과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구상이 더 오래 걸리는 일이 더 힘들었기에 반 포기 상태였다. 한 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것도 잠시, 거짓말처럼 며칠 안 가  모든 일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술을 마시기도 했고, 스마트폰 속 유튜브 영상에 빠져 있느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분명 휴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몸과 마음은 더 황폐해져 갔다.     

     

 '다시'라는 말은 도전하는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나 달려가는 걸 표현하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영국의 영화배우인 베네딕트 컬버 비치의 대학 연설에서 배웠다. 영화 오디션에 수 백 번의 지원서를 냈었지만  번번이 탈락한 그는 인생의 쓴맛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도전했고 마침내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배우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의 연설 연상에 불현듯 나에게도 스스로를 통제할 무언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다. 쓰는 동안만큼은  나의 글쓰기 수준에 실망했을 때도, 어떻게, 어디로 노를 저어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멈추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메모장 기능을 열어 그림을 그려 넣거나 짤막한 문장을 남겨놓은 적도 있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후 일곱 시, 아직은 이전처럼 새벽 글쓰기에 도전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저녁 시간에 앉아 글을 쓰는 동안 날 유혹해 오던 순간이 떠오른다. 지금은 분명 그 모든 달콤함을 밀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오늘이 가기 전 써놓은 문장들이 나를 위로하는 중이다. 쓰는 시간만큼의 노력은 두 번, 세 번째의 새로운 삶으로 나를 이끌 것이다. 그 결과 소중한 삶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므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의미로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하루를 지탱하는 건 무엇이냐고.     


 작가는  쓰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쓰는 우리는 대단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바다 위에 자신만의 인생이라는 바른 띄울 수 있도록, 자신만의 '노'를 가지고 있는 당신 말이다.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을 기억하며 산다.

하지만 평생토록 남는 기억은 많지 않다.

글을 써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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