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많은 도전을 했다. 자격증 공부도 해보고, 어학공부도 해봤다. 처음 목표를 정해 놓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면 도달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내 삶에 무엇이 득이 되는지 알지 못한 채, 남들이 하는 일이 좋아 보이면 따라 했다. 그러다 보니 성공하기 어려운 일은 쳐다도 안 봤다. 그게 글쓰기였다. 그다음이 책 쓰기이고.
그랬던 내가, 책 한 줄 안 읽던 내가, 이제는 폼 잡고 글을 쓴다. 매일 쓴다. 일하다가도 짬이 나면 스마트폰을 슬쩍 꺼내어 아침에 읽은 책의 구절을 인용해 몇 줄을 남긴다. 이제는 습관이 됐다. 매일, 매 순간 기록하는 습관.
오늘은 오정희 작가의 사인회를 다녀오는 길이다. [내 나이 60, 다시 청춘이다.]의 저자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그녀. 예순 번째 여름을 기다리며 한 줄 한 줄 남긴 삶의 흔적에 가슴 시리기도 하고 어느 문장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공감을 하기도 했다.
뒷 풀이로 진행된 소규모 쫑파티(?)에서는 작가님들께서 급 노래를 시키시는 바람에 소주병에 숟가락 한 개 꽂고 임재범의 비상을 불렀다.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 것.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잊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저번 달에 있었던 박정미 작가의 사인회에서 오늘의 주인공이신 작가님께서 오늘 꼭 참석해 달라고 하셨는데 그게 노래를 시키시려고 그랬나 보다.
처음엔 식당이고, 다른 손님들도 있으니 사양했지만 몇 번을 요청하셔서 어쩔 수 없이 소주병을 마이크 셈 치고 들었다.
떨리는 마음을 눌러가며 첫음절을 부르는데 거짓말처럼 식당이 조용해지면서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순간 속으로 '이거 실수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도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니 다음을 이어 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을
보여줄 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할 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돼줄 거야
힘겨웠던 방황은.]
목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에라이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끝까지 이어 불렀다. 뒤늦게 창피함과 민망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사람들에게 들킬까 싶어 얼른 고개를 숙였다.
사실 비상이라는 곡은 이은대 스승님의 18번 곡이다. 나 역시 이 노래를 몇 번듣고 꾸준히 따라 부르며 연습했다. 아마도 그 연습은 오늘을 위한 준비는 아니었을까?.
사람의 성장은 반복에서 나온다. 달리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 달리면 그만이다. 아프다고, 창피하다고 계속 넘어진 상태로 있어봐야 아무 득 될 게 없다. 책 쓰기로 변하기 시작한 내 인생, 계속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