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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Aug 09. 2024

무조건 잘 될 겁니다


허리를 다쳤습니다. 직장 내에서 부서를 옮겼습니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업무에 몸도, 마음도 지쳤습니다.

 

퇴근길에 현관문 앞에 우편물 하나가 도착해있는 걸 봤습니다. 좋은 생각. 일 년째 정기구독 중인 월간지였습니다. 눈물 나는 이야기, 대신 행복 해지는 이야기가 잔뜩이라 글을 쓰는 나에게는 마치 보물 보따리처럼 느껴집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다고 혼자 투덜거렸건만 잠시 소파에 앉아 몇 장 읽다가 마음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낡고 군데군데 흠집 있는 내 삶이라면 완전히 깨뜨리고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보기로.


완성된 도자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더 이상의 변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모양으로 바뀌기 위해선 쓰러지거나 어디선가 날아온 돌 맹이 하나에  퍽 하고 깨져 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사람도 도자기와 같습니다. 자신이 변하고자 한다면 우선 지금껏 해온 습관, 삶의 모든 일을 바꿔야만 가능합니다. 때로는 원치 않는 깨짐에 아픔을 느끼고 힘들어 할 수도 있겠으나 눈앞에 펼쳐진 변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 그것을 사람들은 용기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변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으려면 용기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겠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노트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퇴근 후에는 노트북을 펼쳐놓고 예전의 글을 꺼내어 퇴고도 합니다. 대략 한 달 정도를 쉬느라 어느새 내 삶으로부터 글이 물러난 것 같습니다. 피곤하고 눈도 감기는 밤이지만 그동안 수 없이 깨지기만 했었지 모양을 다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은 시간을 후회하기에 더 쓰고 싶습니다.


지금껏 내가 겪었던 삶의 깨진 조각들이 변화의 기회였을지도 모르기에, 내가 꿈꾸던 삶의 하나의 조각 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흔이 되면 불혹이라는 나이, 어떠한 유혹이나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기랍니다. 그런 나를 붙잡아 두는 건 지금 모든 순간순간을 똑바로 바라보고 하나씩 깨우치기를 바라는 미래의 나입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 서라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이겨내기 어려울 상황처럼 보일 지라도, 자신만의 삶의 이유를 찾는 사람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는 걸.


그는 수용소 시절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냈습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만큼 가장 힘든 순간은 없다는 것과 반대로 살아남은 사람은 그야말로 삶의 의지를 불태운 사람이었다는 것.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한 사람, 마음엔 무엇이 담겨있었을지 그들의 의지를 본받고 싶습니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를 모르듯, 내일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깨어지면 깨지는 대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그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나의 삶의 의미를 단단히 하기 위해 울고, 웃으면서도 한 편의 글을 써 내 삶의 주춧돌 하나를 채우는 것입니다.


일기 쓰기가 마흔에 부는 바람에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기 전 마음속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늘 잘될 거다. 글은 그럴만한 힘이 있다.'

이번에도 한 줄, 돌 하나를 쌓고 갑니다.

내 삶의 든든한 방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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