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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by 회색달



산다는 건

안갯속 희미한 길을

혼자 걸어가는 시간이다.


걷기 좋게 깔끔히 포장된,

넓고 밝은 빛 비치는

남들과 함께 걷는 길이 아닌


자욱한 안개에 파묻혀

누구 하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그런 길 위에서


계절의 시간과

지구의 불편함을 온전히 느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를 쉬지 않는 자는


이미 산다는 걸


안갯속 희미한 길을

혼자, 걸어야 함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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