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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다짐을 성공하는 비법

미루기 습관을 가진 사람을 위한 해결책

by 회색달

1월의 마지막 주말이 지났다. 책상 위 달력에 표시한‘O’ 개수도 28개. 몇 시간 후, 밤이 되면 하나를 더할 것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달력에 표시된 수많은 ‘X’ 표시와 ‘O’를 세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니 시간이 지나갔다.

작년 한 해는‘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바쁘게 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몇 년째 준비한 자격증 시험,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독서와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을 담은‘독서 습관 만드는 3가지 비법’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또한, 늦깎이 대학생으로 다시 시작한 문예창작학과 3학년 과정, 등단을 목표로 쓰기 시작한 시와 수많은 수필까지. 그 외에도 세워놓았던 자잘한 목표들. 그중에서 나는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을까?.

목표치의 절반은 이루었으니 기특하다고 스스로 격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절반이다. 오늘은 1월 28일이라는 숫자 위에 동그라미를 하나 그리기 위한 다짐과 지금껏 남겨온 기록의 방법을 공유하려 한다.

고 현대 정주영 회장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 주변에서‘불가능한 분야’라고 만류할 때마다 이 한마디로 마음속 불신을 지웠다고 한다. ‘임자, 해봤어?’

실제 정주영 회장의 서산 간척지 공사 중에 있었던 일화다. 간척지 사업은 바닷물 일부를 막고 땅을 넓히는 사업으로 1900년도만 하더라도 사업의 난이도가 높아 외국에서도 실패 사례가 많았던 분야였다. 특히 국내에서도 조수 간만의 차가 높고, 빠른 급류 구간 탓에 사업의 성공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던 서산 간척지에 6KM가 넘는 방조제 공사를 완공한 사례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을 터. 공사 마지막 270m 구간만을 남겨두고 있었을 땐 8m에 이르는 급류 구간을 막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최신 장비도 소용없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270m를 막지 못해 공정 전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임자, 해보기는 했어?”

이때, 정주영 회장이 제안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폐유조선을 침몰시켜 유속을 줄이자는 것. 그러나 어디에서도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 제안을 반대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만 가지고 공사를 다 할 수 있겠나?. 유조선을 가라앉힐 방법을 찾아봐.”

결국, 1984년 2월 24일. 현대 중공업은 폐유조선 워터베이호를 이용, 방조제의 틈을 막는 데 성공했다. 유조선의 길이만 해도 322m. 처음 문제 되었던 폭을 매우 고도 남는 길이.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정주영 공법’이 탄생했던 순간이다.

친척분께서 서산 인근에 거주하신 덕분에 근처를 한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볼 수 있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듯한 모습의 도로다. 처음 보면 물 위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닷속을 수많은 흙과 돌을 채워 메우고 육지와 육지를 연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가늠조차 힘들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정주영 회장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간척 사업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유조선을 구해다가 바닷속에 침몰시키라는 말도 아니다. 그건 그 들의 영역이고, 해야 하는 일일 뿐.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이룰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면 된다.

물론 이런 다짐이 쉬운 건 아니다. 막상 실행으로 옮기려면‘나는 안돼’‘가능하기나 하겠어?’‘시간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먼저 나를 붙잡게 되는데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시도하는‘방법’보다 포기하려는 ‘핑계’를 찾는 데 집중했으니까.


하나 더해 ‘혹시 내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공들인 시간은?, 주변에서 손가락질하지는 않을까?’ 하는 등의 마음속 형체도 없는 자기 검열관에 자신을 가두어 두고 있으니 성공을 맛보는 순간이 적을 수밖에.

계획과 다짐,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이들은 완벽한 준비를 위해 수많은 고민을 먼저 한다. 그러다가 내려지는 결론은 하나. ‘그것 봐 안 된다니까’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었다. 정해진 시간 동안 마시멜로를 이용하여 탑을 쌓는 게임이었는데, 대상은 건축가, 비서, 일반 학생, 경영전문대학원생 (NBA) 등 이었다. 이 중에서 누가 꼴찌를 했을까?. 이미 많은 자기계발 도서에서 인용된 내용이다. 정답은 경영전문대학원생. 그들이 이런 결과를 얻게 된 이유는 하나, ‘너무 많은 가설과 완벽한 정답’을 추구하려 했기 때문.

자신의 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일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민과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간은 필요하다. 단 여기에서 핵심은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만 하는 것. 오히려 많은 고민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앞서 마시멜로 탑 쌓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서산 간척 사업을 이룰 수 있었던 ‘정주영 공법’은 또 어떻고. 말 그대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훌륭한 계획도 실패의 경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고민은 짧게, 행동은 바로 할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기간을 정해야 한다.

23년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3년째 도전한 시험이었다. 해마다 반복되었으니 붙을 만했다. 그러나 보기 좋게 떨어졌다. 처음에는 다음 기회에 다시 보면 되니까 부담 느끼지 말고 다시 공부해야지. 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실 퇴근 후에 문제집을 봐도 부족한 시간인데 대부분을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 책상 앞에만 앉으면 답답함이 먼저 다가오니 책장 한 장을 넘기기 힘들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올해 떨어졌으면 1월 1일부터 다시 하면 된다는 안일함에 불합격의 쓴맛을 자꾸 맛봤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다르다. 기필코 취득하겠다는 다짐으로 ‘올해 반드시 이룬다’라는 목록에 제일 처음 칸에 써넣었다. 아직 확정이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대략의 시험 날짜를 계산하여 D-day까지 설정했다. 말 그대로 고 3으로 비유하자면 수능 시험 당일까지 세워놓은 계획인 셈. 이렇게 하기까지는 하나의 동기부여 영상을 시청한 효과가 컸다.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강연회 장면이 담겨있다. 전 세계의 내놓으라 하는 분야에서, 혹은 자신만의 비결을 공유하는 일종의 재능기부이자 지식, 경험 공유체계다.

특히 내가 시청한 건 팀 더반(Tim Urban)의 강연이었는데, 영상의 제목이 흥미롭다. ‘미루는 사람의 마음속’이라나. 그의 말에 따르면 미루는 사람의 뇌 속에는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직역) 한 마리가 있다고 했다. 이 원숭이는 사람이 계획하고 다짐하는 순간마다 훼방을 놓는다. 가령 이런 식이다.

“시험공부도 해야 하니 문제집을 펴볼까?”

“응? 아니, 지금 연예인 중에 연예설이 터졌다는데? 하나만 검색해보고 해보는 건어째?”

“그래 딱 한 번, 딱 5분만 볼까?”

실행을 미루는 사람에게 그가 추천한 방법은 하나. 우리의 삶을 하루로 보지 말고, 일주일 단위로 보라는 것. 다이아몬드 반지(0.05캐럿)의 위에 달린 다이아몬드에 평균 수명인 90년, 약 4700주를 곱하면 겨우 숟가락 하나에 담길 양이다. 그만큼 길게 느껴지는 삶이 겨우 숟가락 하나에 담길 정도라고 하면, 미루기라는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영상 속 팀 더반(Tim Urban)의 말을 덧붙이자면, 실패한 지점을 정확하게 표시를 해둘 것을 강조한다. 단번에 이루지는 못했더라도 다음번에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방법, 자신만의 실천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다.


다음은 사람들에게 나의 계획과 실천과정을 공유하는 것. 말 그대로 ‘떠벌리는 것’이다. 만약 성공하지 못할까 봐 주변 사람에게 말하지 못해서 남몰래 시험공부하는 사람에게 자극제는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 창피함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떨어지면 어떡하지’가 아니라 ‘떨어지면 망신이다’라는 생각으로 더 악착같이 실천으로 옮길 수도 있다.

19년도 처음 다이어트에 성공했을 때였다.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는데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나는 마른 비만형에 속했다. 팔과 다리는 말랐지만, 내장 지방이 많은 편이라 건강검진을 할 때면 고지혈증 진단을 받기도 했는데 원인은 뻔했다. 퇴근 후 술과 기름진 음식의 반복. 가끔 운동한다고는 했지만, 강도가 약했으니 불 보듯 뻔한 결과일 수도.

더는 안 되겠다는 다짐으로 일어섰다. 집에 사다던 술도 마개를 열어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냉장고를 싹 비웠다. SNS 상태 메시지도 ‘다이어트 D-day’를 설정해놨다. 하루아침에 술을 끊는다는 말에 주위에서 무슨 일인가 했다. 여러 유혹이 있었지만, 아예 퇴근 후에는 피트니스센터에 들러 1:1 PT를 받았다. 알다시피 PT 가격은 1회에 몇만 원,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비용은 한 달 치 월급을 넘어선다.

처음 다짐으로 비용을 들여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정확하게 300일 기간을 설정해뒀다. 센터 달력에도 큼지막하게 내 이름을 달력 옆에 써놨다. 얼굴도 모르는 회원들도 내 이름을 볼 생각을 하니 없던 오기까지 생겨 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트레이너의 수였다.

거의 일 년을 노력 한 결과는 대성공. 애초에 근육이 없던 몸이라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체중을 불려놓고 다시 빼는 과정을 거쳤다. 체중은 원래대로 그대로인데 체지방이 5kg 넘게 빠졌다. 바다 프로필까지 찍었다. SNS에 자랑삼아 사진을 올렸다. 주변에서 돌아온 답은 ‘나도 하고 싶었는데 부럽다.’‘성공했네’‘수고했다’라는 격려와 응원이 전부였다.



그 뒤로 5년 차, 나는 아직도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는 중이다. 몸무게의 절반 이상이 근육량을 차지하면서 체질량 지수는 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1 사무실 직원들과 저녁 회식 후 유산소 걷기(아홉시 오십분)

만약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남에게 선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패의 두려움보다, 성공의 희열을 축하받을 수 있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이다. 평가는 과정이 아니다. 결과다. 그 순간을 위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만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비결이었다.


세상에는 이미 성공에 도달할 수 있는 연구 방법과 수많은 비법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직접 실천하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다. 누구의 강요도, 회유도 있을 수 없다. 아직도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고 있다면 앞서 말한 나만의 방법으로라도 실천해 볼 것을 권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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