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버티지 않고 즐긴다.

by 회색달


내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중.

3월 1일, 역사적인 날이다.

겨울부터 함께한 공저 작업 작가들과 약식 출간기념회를 가졌다. 농담 주고받을 만큼 친한 작가도 있었고 낯선 얼굴도 있었다. 상관없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사이였으므로 몇 마디 대화에 금방 친해질 수 있을 테니까.


두 달 안으로 초고를 완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K작가는 어린아이 키우느라 밤잠 포기하며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썼다고 했다. J작가는 개인 저서를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공저에 힘을 더했다. 해외 출장 중인 S작가는 케리어에 책만 가져갔다는 풍문도 있었다.


책 쓰기는 분명 어려운 일이다. 선뜻 도전장 내밀지 못한다. 그런데도 각자만의 어려움을 경험으로 글 감 삼아 백지위에 써 내려간 걸 보면 대단하다.

삶 역시 쉬운 것 하나 없다. 그런데도 살아간다. 힘들고 지쳐있을 땐 고개 숙이고 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웃는다. 꼭 작가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다. 울다가도 다시 웃으며 하루를 견뎌 낸다.


'버틴다' '견딘다'라는 말을 좋아했다. 힘든 일 있을 땐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되겠어?' '이 까지 쯤이야.' 했다. 그러다 감당하기 힘든 일에 산산이 무너졌다. 시간이 해결된다고 했던가, 다시 일어나기도 했지만 오래 걸렸다. 자책과 방황 속 삶은 내 편이 아니라는 원망을 밥 먹듯 했다.


공저 참여한 뒤로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흔들리지 않게 됐다. 나보다 더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하루를 견뎌내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었고 그 들의 위로를 받다 보니 나까지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대전역에서 내려 모임 장소까지 가는 길 위에서 많이 보고 들었다. 앞 뒤로 북적이는 사람들, 정류소 앞 붕어빵 판매원, 큰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가는 배달원까지. 머리카락이 젖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모두가 치열하게 오늘을 버티고 있었다.


진주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들은 적 있다. 먼저 살아있는 조개에 껍질을 강제로 열어 그 안에 이물질을 밀어 넣는다. 조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물질에 겹겹이 막을 쌓게 되는데 몇 년이 지나면 비로소 진주를 품은 조개가 된다는 것이었다.


오늘을 살아내는 버티는 모두가 진주를 빚는 과정이었다. 생계를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버티기를 반복할 뿐이다. 책 쓰기란 중간중간 나의 진주가 얼마나 자랐는지, 또 어떤 모습인지 점검하는 기회다.


다만 혼자 쓰면 어렵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시행착오가 많다. 함께 하면 이런 수고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각자만의 하루를 버텨내면서도 상대방의 하루에도 손뼉 쳐준다. 공저란, 어려운 길을 함께 손으로 더듬어가며 천천히 나아가는 시간이었다.


이제 초고를 마쳤으니 출판사와 편집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이다. 이미 겪어본 일이라 걱정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었고, 지금도 같이 가고 있지 않은가.


집에 돌아가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땐, 미지의 내일에 발을 내딛는 설렘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야겠다. 오늘을 버티지 말고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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