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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by 회색달


"나뭇잎 사이 비치는 햇살에
양껏 비벼서는
바람으로 한 스푼
입 안 가득 밀어 넣고 싶은 계절

나뭇잎 사이

훤한 낮인데도

별 빛처럼 스며드는 햇살에

얼굴이 밝아진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은

계절의 다정한 숨결 같아

멈춰 서 있게 만든다.


계절의 오늘,

햇살 한 움큼

바람 한 스푼

주머니에 챙긴 채

가볍게 걸었다


길가에 떨어진 은행잎은

말없이 노란 편지를 쓰고,

나는 그 위를 조심스레 밟으며

내 마음속 계절을 적는다


양껏 비벼낸 햇살이

볼끝에 와닿을 때

문득

입 안 가득

가을을 넣고 싶다.


쌉쌀한 공기,

익어가는 과일 냄새,

그리고 너의 웃음 같은 바람


이 계절은

단지 스쳐가는 풍경이 아니라

하루를 천천히 씹어 삼키게 만드는

묘한 맛이 있다


이토록 가득하고

이토록 조용한 계절을

나는 지금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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