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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한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글자 수는 상관없습니다. 동명이인이 있기는 하지만 하루까지 똑같지는 않습니다. 누구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직장에 출근하고, 또 누구는 교복을 입고 등교합니다. 이렇듯 이름은 같아도 삶의 모양은 제각각입니다.
계속해서 직장 생활하며 운동과 독서, 책 쓰기 등의 취미를 겸하고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노력합니다. 그 와중에 다른 도전은 또 없는지 찾아봅니다. 남들이 즐기는 일에 관심도 가져봅니다. 수영, 테니스, 마라톤, 악기 배우기 등 등.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땐 신이 납니다.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능이 없어서인지 이렇다 할 특출함은 없었습니다. SNS 속 멋진 옮을 자랑하는 남자는 1~2년 밖에 운동하지 않았다는데 그 보다 많은 노력한 나는 초라해 보여 포기하고 싶은 적 있었고 , 반년만 꾸준히 테니스를 배워도 서브를 잘할 수 있다는데 그러지 못한 나를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으로 얻었던 폐렴으로 인한 후유증 탓을 하며 달리기도 얼마 못 가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 새벽엔 또 테니스 레슨을 받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코치의 지도를 받고 따로 구석에 가 백 번 넘게 라켓을 휘둘렀습니다. 저녁엔 집 근처 헬스장을 들러 온몸을 짙누르는 무게와 씨름했고,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펴 몇 장을 읽었습니다.
최근 내 생활은 변화가 없습니다.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하고 틈틈이 읽고 운동하고 글 쓰는 시간을 반복할 뿐입니다. 간간히 동료들과 식사 자리가 있을 땐 술 한 잔 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지 다음 날이면 다시 어제의 하루가 반복됩니다.
오늘 친한 후배 한 명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최근 나의 생활 루틴을 알고 있었기에 대단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후배의 최근 일상이 궁금해 물었습니다. "요즘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저는 집에서 꽃꽂이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관련 영상을 차아 따라 하다 보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꽃꽂이라는 말을 하는 후배의 눈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습니다. 즐거워 보였고 어떤 모습으로 하고 있을지 상상됐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건 모두가 똑같지만 모양까지 같을 수는 없습니다. 내 하루를 보내는 건 내 이름을 가진 내가, 후배의 하루는 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누구 하루가 더 낫다거나 멋있다고, 대단하다고 할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각자만의 하루에 얼마만큼 땀을 더 많이 흘렸는지, 농도겠지요.
빈 화병에 꽃을 꽂는 후배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람이 꽃을 피울 수는 없지만, 꽃을 바라보는 사람마음에 피울 수는 있습니다.
나에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후배에게는 있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는 매일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삶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매일 똑같은 하루의 반복입니다. 후배와의 짧은 대화에서 오늘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었는지 되짚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