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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A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다며 토로 한 적 있습니다. 평소 웃음이 많았던 그였건만, 얼굴빛이 어두운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팀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번 인사 교류 시기 새로 부임한 자신의 과장과 결이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후배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물을 수는 없었기에 과장과 다른 동료들의 대화나 평소 함께 있을 때의 표정은 본 적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A는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후배 역시 과장에게 보고서 결제를 받다 쓴소리 듣는 걸 봤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둘 사이가 좋지 않은지는 모르겠다는 말도 덧 붙였습니다.
가만히 말을 다 듣고 나니, A는 과장과 있었던 몇 가지의 특정한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건강상 회식에 참석 못했던 일, 보고 서류를 잘못 보내어 질책을 들었던 일 모두 A에게는 미안함과 괴로움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간혹 과장의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강한 어조의 말이 견디기 힘들다며 이직을 고려 중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넓고 깊은 바다는 아무리 흙탕물이 밀려들어도 오염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화살을 던진다 한들 내가 맞지 않으면 됩니다.
혹시라도 맞지 않고 떨어진 화살을 주울 필요 없습니다.
종교가 있지는 않지만, 불교에서 모든 괴로움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을 공감합니다. 과장이 무어라 한 건 조심하라는 의미였을 것이고, 건강이 문제였다면 그만큼 관리해서 기죽지 않을 만큼 튼튼해지면 됩니다.
회사일도, 회식에 참석하지 못한 일도, 과장의 말도 이미 일어난 사실입니다. 내 안이 아니라, 내 밖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그걸 억지로 내 마음속으로 끌고 와 괴로워할 필요 없습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떨어진 화살을 주워 내가 직접 나를 겨냥해 쏘는 것과 마찬가지니 조심하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에 자꾸 의미를 부여합니다. 문제는 괴로워할 때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나라도 사물 탓, 사람 탓, 하지 말고 내 마음 탓을 하는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