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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

8.

by 회색달



책 출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수필로 영역을 확장시킨 지 수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단독 출간이 없어 포기할까도 했었습니다.


그럴 때 매다 이 일을 시작한 이유를 떠올렸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군것도 아니었고, 책을 많이 팔아 돈방석에 앉으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읽고 쓰기는 내 삶의 막막한 어둠에서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터널 끝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등불이었고 때로는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습니다.

늘 다짐합니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 그러니 포기는 하지 말자고.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평소 친분 있는 작가로부터 공저 제안이 왔습니다. 어느덧 두 번째 작업. 처녀작에서 주간 베스트셀러 인증을 받은 뒤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전만큼 쓰지 못하면 어쩌나, 믿고 연락한 작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닌가 별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초고 작업을 시작한 지 3개월째에 들어섰을 때 몸이 심하게 아팠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팀장의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채팅방에 1일 1 포스팅으로 동기부여 줄 수 있는 글을 올려야 했습니다.

허리가 아픈 날에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글을 썼습니다. 배 아픈 날에는 찜질팩을 올려두고 썼습니다.


힘들었지만 내색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괜히 나 하나로 팀 분위기가 흐려서는 안 된다 생각했습니다.


어찌 알았는지 몇 분께서 개별 연락을 했습니다.'괜찮으냐.' '죽이라도 먹고 힘내셔라.'라며 선물도 보내왔습니다.


매일 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밥은 매일 먹으면서 매일 읽지 않는 건 뇌를 굶기는 일이라는 다짐으로 읽고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고통은 내가 아프다고 하면 악착같이 더 들러붙습니다. 이 조차도 성장통이라 여기며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약도 먹고 평소 먹지 않던 설탕이 잔뜩 묻은 빵도 먹어가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됩니다.


자주 아픕니다. 어렸을 적부터 자주 부러지고 다쳤고 성인이 되어서도 일 년에 며칠은 꼬박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짜증도 나고. 신경질도 내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습니다. 더 아프면 아팠지 내 몸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고통에도 깊이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상대적일 뿐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내가 괜찮다 하면 그뿐입니다.

인생을 바꾼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수용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의 주변은 모두 죽음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저자 빅터 프랭클은 살아남았습니다.

그의 비결은 하나, 자신만의 삶의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고통뿐인 수용소에서 빅터는 살아남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텼습니다.



불행과 희망은 서로 등을 마주대고 있습니다. 서로 보질 못합니다. 사람은 이 둘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고통은 불행과 가까울 것이라 여기겠지만 그 또한 내가 반대편으로 이끌어가면 됩니다. 마음이 약하면 손으로 다짐하면 됩니다. 일기를 쓰고 책을 쓰며 사람들에게 선언하면 희망을 안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전국에 눈 소식이 들립니다. 누군가에겐 이 날씨가 불행이겠지만 또 누군가는 옛사랑을 떠올리는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질퍽이는 바닥이라는 불평 대신 모두의 마음에 사랑을 떠올리는 오후가 됐으면 합니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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