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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 삶을 완벽하게 만든다

by 회색달

루틴이란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명령어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을 뜻하기도 했다. 루틴이 분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분명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은 워낙 유명하다. 새벽 4시 기상 후 글쓰기를 시작으로 오후 수영과 마라톤을 즐기고는 음악 감상, 독서 밤 9시에 잠자리에 드는 루틴을 반복했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그에 반해 내 생활은 정해져 있는 루틴이 없었다. 어떻게든 노력하여 술의 유혹, 유흥의 유혹에서 잠시 벗어날 수는 있었어도 이렇다 할 변화를 얻지 못한 내 모습의 원인이 어쩌면 루틴의 부재는 아니었을까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발휘할 수 있고, 내가 가진 최상의 능력을 지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려면 무릎, 발목 외에도 많은 관절과 근육 스트레칭이 필수다. 김연아, 류현진 선수가 자신만의 성공을 이어 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나에게도 술을 마시지 않는 날에도 독서를,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헬스장으로 달려가 운동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루틴이 필요했다.

먼저 나를 묶어 두었던 일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술과 스마트폰이었다. 억지로라도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도록 퇴근 후에는 도서관과 독서카페로 향했다. 때마침 서울 사이버대학교 입학 안내문을 읽어본 터라 바로 원서를 제출했다.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했었으므로 편입자격을 갖추고 있어 3학년부터 수강할 수 있다는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퇴근이 늦을 땐 밤 열 시가 되어야 집에 올 수 있었지만, 노트북을 켜 그날의 분량을 공부했다. 지친 나를 위로한답시고 치킨에 생맥주들 들이키던 일상에서 나이 마흔의 대학생의 삶을 보내자 하루가, 한 달이 되어 일 년이 변했다. 결국, 내 선택이 삶을 좌우하는 셈이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강박적으로 도구 사용에 매달릴까?. 이메일과 SNS를 보다 의식적으로 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기기에 접속하는 행위가 우리의 신체와 상상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 새로운 기술의 시대에서 어떤 행위가 생산적이고, 어떤 행위가 파괴적인지, 우리의 일하는 방식에 의문을 던져보는 일은 창의적 프로세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루틴의 힘. 159-


문장 하나가 생각을 부수는 도끼가 됐다. 생산적인지 파괴적인지 의문을 가져 보라는 말에 곧장 꼭 필요한 앱만 남겨두고 모두 지워버렸다. 대신 어딜 가더라도 책을 가지고 다녔다. 주변에서 보내는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갑자기 책을 가지고 다니고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그럴 만했다. 그만큼 내 모든 루틴은 독서로 시작해 흘러가고 마치는 데 집중돼 있었다.


운동 역시 빠지지 않았다. 19년도 첫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후 헬스장 들리기를 하루의 루틴으로 삼았다. 동료들과 저녁 약속이 있을 땐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렸다. 20대 초반 퇴행성 척추염을 앓았다. 어린 나이에 벌써 이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자주 아프고 뼈가 부러 진 적 많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1년에 며칠은 병원 신세를 졌다. 목과 허리디스크를 앓고 산다. 성격이 급해 수시로 체하거나 장염도 잘 걸렸다. 환절기가 됐다 하면 목이 부어 감기약을 달고 살았다.


지금은 모든 고통으로 해방됐다고는 말 못 하겠다. 조금만 무리하면 허리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의사는 살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체중 관리가 필수라고 했다. 운동이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도 해야 했다. 나는 살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펼쳐 꾸준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운동화 끈을 묶을 뿐이다.


운동과 공부, 독서 글쓰기 모두 내 하루에 입력된 자동명령어다. 24년 8월부터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테니스 강습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후배에게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루 동안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하면 힘들다. 이제는 손이 책을 펴고, 운동화 끈을 묶는데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실천이 곧 루틴의 시작이고, 진행 방법이었다. 내 대답에 후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공모전에 내 원고를 제출할 때도 있고, 테니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지금의 내 성장의 크기를 확인한다. 최근 습관 고치기, 성공루틴 만들기에 관한 유튜브 영상이 많다. 책 한 권 읽기 어렵다면 주객이 바뀌지 않은 한도 내에서 참고해도 도움 된다.

습관을 고치고, 내 삶을 이끌어 가는 성장 동력인 루틴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꾸준한 실천과 노력은 결국 성공이라는 복리로 돌아올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중독의 삶에서 벗어난 내 모습이 살아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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