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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3.

by 회색달


직장 동료 중에는 30년 넘도록 몸담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해 선배에게 비결을 직접 물어본 적 있습니다. 과정에서 슬럼프는 없었는지,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등 등.


선배는 머리를 긁적이며 간단한 답을 해줬습니다.

"그냥 하는 거지 뭐. 재미없으면 내가 직접 만들면 돼. 그러다 보면 하루, 일 년, 10년이 지나 있어."


멋쩍게 웃으며 말하던 선배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돈을 벌어다 주는 일도 그럴진대 다른 일은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요즘 날 씨가 풀려 저녁에 퇴근 후 달리기를 하는 중인데 숨이 차 작년만큼 오래 달리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조금만 더'라고 혼자 속으로 외쳤지만 무릎과 허리 통증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출판사 원고 제출을 위해 퇴고를 진행 중입니다. 글 쓰기를 매일 반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출간 보장도 없고,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의심에 빠집니다. '이 일을 한다고, 뭐가 좋아질 까?'. 이 순간이 슬럼프였습니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니, 재미를 못 느낄만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글 쓰기 만큼은 매일 달랐습니다. 내용은 비슷해 보이더라도 단어 한 자, 띄어쓰기 한 칸까지 같은 글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익숙함이 쌓여 만들어진 나태함은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30년 지기 선배가 생각났습니다. 새로운 일은 늘 가까이 있다며 쓰레기 줍는 일도, 새벽부터 사무실 바닥을 쓰는 일도 재미라고 하는 그였습니다.

빗자루를 뺏으려 하면, 본인의 재미를 뺐지 말고 나만의 재미를 찾으라고 합니다.


늘 선배를 보며 나를 바라봅니다. 매일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연습을 합니다. 문서 작성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이고, 사람들을 위해 책도 구매해서는 선물합니다.


과정에서 새로움을 깨닫습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내 모습과, 선물 받은 동료들의 환한 미소에 나까지도 기분 좋은 느낌을 선물 받습니다.


매일의 일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땐 슬럼프라는 생각보단 '나태'를 떠올리기로 했습니다. 자극이 익숙해진 나머지 생긴 결과니, 더 열심히 달리고 써보기로 다짐해 봅니다.


* 불금인데 또 책 읽고 있습니다.....

이젠 책 덮고 운동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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