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읽은 뒤였다.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 계발에 더 힘을 쏟았다.
끊임없는 경쟁을 겪어왔으므로 앞으로도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앉아 배고픈 철학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건 사치였다.
목적 없는 열정은 욕심일 뿐이다. 노선을 정하지 않은 버스를 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좋아 보이는 장소에 내렸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타기를 반복했다.
책에서는 이런 모습을 방황이라고 했다. 자신이 정한 목적지로 누구와 어떤 방법으로 언제 도착할지 계획이 중요하다 했다.
산책을 통해 느낀 감정을 문장으로 옮겼다. 나만의 어록인 셈이었다. ‘사람’, ‘독서’, ‘글쓰기’, ‘시간’, ‘하루’, ‘일상’, 등. 평소 머릿속에 맴돌던 단어 몇 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메시지가 담긴 문장으로 완성됐다.
마침표 한 개를 찍을 때마다 뿌듯했다. SNS에 게시했다. 남들의 관심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스스로와 약속한 매일 쓰기의 과정이었다. 반복은 열정을 만들었다. 차갑게만 여겨졌던 삶에 나만의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삶은 현재의 성공이나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매일 만드는 나만 성취로 채워가는 성장이 전부라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