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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27.

by 회색달


생각이 손바닥 뒤집듯 자꾸 바뀌었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

어느 부분에 마음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괜히 신경질을 동료들에게 부릴까

잠시 자리를 옮겨 주변 산책도 하고

커피 한 잔에 마음도 다잡아 보지만

금세 마음속 불만과 짜증만 가득입니다.


아침부터 켜있던 컴퓨터 전원을 꺼버렸습니다.

마음속 마침표 하나를 찍어 볼 생각으로

사무실을 나와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인기 있었던 드라마 미생이 떠오릅니다.

각자만의 계획과 다짐으로

부푼 가슴이었을 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등장인물들의 가슴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습니다.


대신 담배 한 개비의 연기에

몸의 구석구석을 채우는 등장인물의 모습에

왜 미생이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공감됐습니다.


아직 지금의 직장에서

이렇다 할 비전이나 꿈을 정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업무든, 잠시동안의 독서든, 성찰이든.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그 무엇도

결론 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의 내 모습이 미 완성인 상태인 만큼

내일의 내 모습 역시 어떤 성공을 이룰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힘들고,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땐

잠시 문장에 쉼표를 찍듯 마음에도 점 하나가

필요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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