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은 태도가 전부다

28

by 회색달



사람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는다. 남들은 흘려들으라는데 지금 내 수준으로는 쉽지 않다. 결국 며 칠을 원망만 하다 보냈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계속 실수했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펴고 출간 계약까지 마친 원고 퇴고 하는 동안에도 자꾸 생각이 났다. '나, 괜찮은 걸까.'


어렸을 적부터 남 눈치 많이 봤다. 엄한 부모님 덕분이다. 작은 잘못 하나에도 불호령이 떨어졌다. 말보다 회초리가 먼저였다. 외동아들이니 더 예의 바르게 커야 한다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나이 40이 된 지금, 어린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어머니의 회초리와 아버지의 나무 각목을 잘라 만든 몽둥이였다.


트라우마였을까, 남 입에서 나오는 '서운한 한마디'는 성인이 된 지금도 몽둥이다. 들으면 아프다. 생각해 보면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주변에 물어봐도 한 귀로 듣고 반대편으로 흘리라는 말 뿐이다.


토요일 오후, 오늘 만큼은 며칠째 막혀있었던 글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다짐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미 집 앞 헬스장에서 가볍게 운동도 마친 후였으므로 오로지 퇴고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공저 출간 외에도 개인 저서 4차 퇴고 진행 중이다. 내일은 테린이 대회도 나가야 한다. 할 일 많다. 따른 곳에 신경 쓸 겨를 없다. 내가 해야 하는 일만 하기도 벅차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머릿속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스멀스멀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왔다. 마치 장맛비에 눅눅히 젖은 벽지 속 핀 곰팡이 같다.


모니터를 덮고 책을 폈다. 나의 글 쓰기 스승님인, 이은대 대표의 열 번째 개인 저서가 도착해 있었다. 내 삶 억울하다고 원망해 봤자 스승 앞에서는 작은 투정일 뿐이다. 그 런 감정까지 글 감이 될 수 있으니 마음 가라앉히고 묵묵히 노트북 앞으로 가 앉으라는 말 만 되풀이한다.

자기 나이 60 넘도록 살면서 세월풍파라는 말 대신 경험치 쌓는 시간이니, 작가로서 얼마나 뜻깊은 시간인지 알라고 한다.


'맞다! 그랬었지! 내가 스승을 찾아간 이유, 태도를 배우기 위해서였지!'


글 쓰기 하나로 자신의 삶이 변했으니 나도 계속 쓰면 된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남이 던진 화살을 다시 주워 나를 맞추지 말라는 의미다. 잡아함경의 구절 중 하나다.


이제는 원고 퇴고까지 안되나 싶을 정도로 며칠 동안을 마음 잡지 못했었다. 시간 지나고 보니 내가 자꾸 스스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디 오늘뿐이겠는가. 남 눈치 보며 혼자 속 앓이 하던 순간이 책으로 쓰자면 수 십 권이다. 다만 한 가지. 작가 하기로 했으니 머릿속 곰팡이 까지도 끌어다 글 감으로 써야겠다. 스승의 책을 읽다 보니 한숨 쉬며 보낸 날이 아깝다. 이 또한 지나간다. 영원한 건 없다. 글에 옮기며 스스로 위로라도 해본다.


인생은 태도가 전부다. 잠시나마 직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럽다. 이 글 쓰며 마음속 굳은살 한 겹 생겼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