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달리 Feb 21. 2024

16.'축'  브런치 스토리 작가 승인

7년째 글을 쓰는 이유

올해로 7 년째다.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다. 처음부터 쓰기에 미친 사람처럼 열심히 한건 아니었다. 읽고 있던 책의 끝  페이지에 소감과 오늘 있었던 일을 남기는 게 전부였다면, 그다음에는 스마트폰의 메모장, 글쓰기 앱, SNS  블로그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말 그대로 쉬지 않고 쓰기를 했다는 의미다.

나는 본래 무엇 하나를 꾸준히 하는 성격이 못됐다. 지금까지 지나온 직장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부분 단기간의 아르바이트가 많았다. 포장 알바, 건설 현장, 배달, 그 외에 전단지 배부 등 사람들이 '어? 나도 해본 적 있어!'라고 할 만한 거의 모든 일을 했다. 문제는 한 달째를 넘기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금방 싫증을 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월급 액수가 적었고 20대의  생활비만으로는 늘 부족했던 것도 이유였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많은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깨달은 결론이 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그만큼 힘도 더 든다는 것.

하지만 나는 그럴만한 의지가 없었기에 늘 이상을 좇는 몽상가의 모습으로 살았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한 직장에서 18년 동안 근속 근무 중에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내어 반복 한 덕분이었다.


 서른을 넘기면서 나는 가만히 앉아 관찰하거나 몽상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때에 따라서는 손에 책이 들려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는 날도 많았다. 대부분 앞뒤 문맥은커녕 완결 짓지 못하는 글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머릿속을 헤집는 고민이나 갈등, 출처를 알 수 없는 불안함을 어떻게든 적어놨다.

 

처음엔 무언가를 남기는 일은 불편하고 쓸모없는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고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럼, '정말 기록은 쓸모없는 일이었을까?....'


 24년도에 세워둔 '목표'가 하나 있다. 아니, 이미 이룬 성과가 하나 있다. 몇 해 동안 도전했던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로 정식 승인이 발표 난 것. 말 그대로 3전 4기였다. 두 달 전, 앞서 탈락 안내를 세 번이나 받고 다시  등록 신청서를 제출할 땐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그 만 두지 뭐...'


브런치 스토리는 작가 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SNS 채팅 기능인 카카오톡에서 시작한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다. 이곳에서 글을 올리고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이상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단순하게 마음속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과 용기를 서로 주고받는 곳이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자, 예비 작가들의 광장인 셈이다.


매일 남기는 기록. 나는 이걸 일기나 수필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살아낸 내가 남긴 흔적이다.  누군가 내가 남긴 글을 누군가 읽고 '힘'을 받을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자는 의지가 생긴다면,  그것만이 나의 기록이 주된 목적이 된다.

 이걸 '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매일 주제어를 하나 던져주고 글을 써야 하는 글쓰기 앱의 이름이기도 하다. 17년도의 여름에 시작된 나의 기록은 이곳에서부터였고, 지금도 하루를 씀으로 남기고 있으니 마음과, 하루를 쓴다는 말로 '씀'이라는 표현을 썼다.


얼마 전 [안네의 일기]를 다시 꺼내어 읽어본 적 있다. 하루의 기억을 어떻게든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긴다는 건 씀과 일기가 닮아 있지만 씀은 어떠한 형식도 없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부모님께서 일기장을 선물해 주신 덕분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안네. 하지만 그녀의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이유가 있다.


내가 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가 하는 이유, 그것은 내게 참된 친구가 없기 때문이야.

  -안네의 일기 중-


안네의 일기를 읽어본 사람은 안다. 그 당시 가족은 어디서 지내고 있었고, 또 어떤 모습으로 긴 시간 동안 전쟁을 버텨내었는지. 처참한 전쟁 속, 어린 소녀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그녀의 일기였던 것이다. 그런 마음에 안네는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까지 만들어 줬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셈이었다.


 종종 그동안 남겨둔 기록의 힘을 빌려 7년을 되돌아보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도 많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억울하고, 화를 냈었을까....'  할 수만 있다면 기억 속에서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워내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다는 걸 분명히 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루라도 빼먹지 않고 오늘을 남기려 애쓴다. 그게 내가 쓰는 이유의 전부이고, 오늘의 나에게 주는 격려와 위로다.


요즘은 직장을 다니면서 독서와 글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좋은 현상이다. 위 두 가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받을 수 없는 최고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음을 나와 모두는 이미 몸으로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읽고, 써야만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15.매일, 글 쓰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