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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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달


주말 오전 주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습니다. 나무 밑을 걸어가는데 마침 개미 행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작은 점이 모여 군체를 이루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사전에 의하면 개미집은 수직으로 4~5m 정도로 내려간 후, 통로 주변에 말굽모양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모래 알갱이 보다 작은 개미가 그렇게 깊은 땅을 파는 것도 신기한데,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개미집은 23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면적보다도 넓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개미가 집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땅을 파야 합니다. 그리고는 입으로 흙을 물고 나와 밖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맡은 개미가 있을 건이고, 또 어떤 개미는 열심히 방향을 탐지할 겁니다.


문제는 매번 땅을 파기 부드러운 흙만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커다란 바위와 나무뿌리에 막혀 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지하수에 공들여 파 놓은 집을 잃을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개미는 쉬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며 집 넓히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니까요.


자기 계발에 관한 주제로 공저 작업 중입니다. 20대 지금 직장의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인턴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할 정도로 정신없이 공부했습니다. 인사 고과 점수에 도움 될까 싶은 자격증, 어학, 봉사활동, 수많은 교육 이수까지.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퇴근 후 밤늦은 시간까지 자격증 시험공부 하느라 다음 날 아침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머피의 법칙처럼 꼭 다른 몇 가지의 일이 생겼습니다.


그럴 때면 ‘지금 하는 이 일이 나와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었지만 선택한 길이었으므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몇 년 후 정규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입사한 동기 중에는 이직도 많이 했는데, 그들 모두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일 뿐 포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빛이 없는 깊은 땅속에서도 더듬이에 의지하며 방향을 찾는 개미처럼요.

자기 계발로 보낸 20대에 비하면 30대는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우울증에 빠져 병원에 다닌 날도 많았고, 사람에게 상처 입은 마음을 술에 의지해 위로받으려다가 중독을 앓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대로 살아서 뭐 하나?’ 싶어 나쁜 생각을 한 날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나를 다시 잡아준 건 다름 아닌 공부였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필요한 공부가 아니라 ‘내 삶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 어떤 삶이 옳은 길인지, 나는 어떤 길을 걷길 원하는지 성찰하는 시간.

독서가 도움 됐고, 때로는 실제 작가를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은 얻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느낀 소감을 정리하면서 후회보다는 다짐하는 날이 많아지자, 어느새 내일이 기대되기까지 했습니다.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내 생각을 전합니다. 글을 쓰고, 직접 강연하며 조금 흔들리더라도, 방황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낸 시간보다 앞으로 헤맬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 내 발자국 닫는 모든 곳이 내 땀방울로 넓어지는 ‘내 땅’이라는 생각 했으면 좋겠습니다.


개미가 그랬듯 막히면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면 그만입니다. 멈추지 말고. 나의 땅을 넓혀가는 마음으로 방황이 아닌 오늘의 모험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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