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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니 Feb 13. 2021

9. 직장에 이혼 사실을 밝혀야 할까요?

이혼한 사람의 사회생활

안녕하세요. 레니입니다.




지난 한 달간 예기치 않게 바빠져 여유가 없어서 글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번에 구독자가 100명을 넘었습니다.

구독자 수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였지만, 구독해주시는 분이 100명이나 되었다는 알림에 솔직히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새로운 낙을 찾기가 힘든 일상에 단비 같은 즐거움이었습니다. 구독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구독하지 않으셔도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지난 글 '주변 사람들과 이혼에 대해 대화가 필요할까'의 후속 편 격인 글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중에 이혼을 한 사람이라면 직장에 이혼 사실을 밝혀야 할지 고민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많이 고민한 주제입니다. 



직장이 사생활을 전혀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겠으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식사시간이나 술자리에 오가는 말 속에 사적인 질문들을 섞습니다. 너무 노골적이다 싶은 '결혼은 했어?'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여전히 꽤 있고, '이번 명절에는 시댁 가?'라는 의 일상적 질문들 속에서도 사생활은 자연스럽게 노출됩니다.


이런 대화들이 수시로 벌어지는 직장 분위기 속에서 결국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첫째, 이혼을 숨기는 것. 둘째, 이혼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혼을 밝히는 사람은 주변에서 몇몇 보았지만, 숨기는 사람은 숨기고 있으니 그들의 이유를 제가 알 도리는 없습니다. 다만 이혼을 얘기하지 않으시는 분의 이야기들을 인터넷에서 읽어본 적 있습니다.


다소 나이가 있는 여성분의 경우, '이혼했다고 하면 남자들이 쉽게 볼까 봐'라는 우려를 하여 결혼 관련 화제가 나오면 남편이 있는양 한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수준을 판단해 보았을 때 이혼했다고 하면 불쾌하게 집적일 것 같은 수준이라면, 이혼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히는 것이 스스로 속 편할 것 같으면, 그런 불쾌한 접근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거나 같은 직장인 경우 인사과에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법은 없으니까요. (경찰 신고도 통하지 않으면 고소하여 법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소장이 날아가야 말을 알아듣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외에도, 이혼을 밝히지 않는 것이 더 편할 만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사생활이니 굳이 남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거짓말을 해도 무방한 영역이므로 그냥 거짓말을 해도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이런 문제로 '너 왜 거짓말했어'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이라고 끊어 버려도 전혀 상관이 없는, 그 정도로 사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혼을 밝히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가지각색의 반응들을 보게 되는 피로감이 종종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오지랖 부리며 무턱대고 자꾸 '짠하게' 보려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 아이까지 짠하게 본다면 어이가 없는 일입니. 무례한 상사의 경우, '얼른 새 출발 해야지'라고 오지랖 부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호기심 많은 직원은 회식 자리에서 '이혼한 이유가 뭐야?'라고 술기운을 빌어 물어볼 수도 있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가십을 좋아합니다. 피곤하고 불쾌한 순간이 상당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이혼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면 대화 할 때 적당히 결혼을 한 척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예 미혼인 척 해도 상관없지만, 저처럼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이혼을 밝히는 것의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떤 것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그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혼도 그냥 신상의 이야기 중 하나이니 대화 중에 이야기할 순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상대에 따라 불편한 반응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것은 그 상대의 문제일 뿐이긴 합니다. 그런 이들 때문에 일부러 거짓말을 하기는 싫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냥 말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또한, 싱글 상태임을 밝힘으로써 새로운 만남의 계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의 지인 한 분은, 직장에 이혼 사실을 오픈했는데 상사가 소개팅을 시켜주어 좋은 인연을 만나 다시 재혼을 했습니다. 꼭 재혼을 하지 않더라도 연애를 할 수도 있는 일이고, 어떤 형태로든 이성 관계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다시 열려있을 수 있습니다. 미혼일 때 애인이 없는데도 일부러 있는 척하고 다니지 않았듯이, 이혼했을 때도 사실은 비슷합니다. 싱글이라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아야 새로운 기회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저는 이혼 사실을 직장에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대단하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대외적으로는 대화 그냥 적당히 남편과 살고 있는 양 하지만 법적 싱글이 되고 나면 그렇게 하는 것을 중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혼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고민되는 것은 보수적인 우리 문화 때문입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가정이 잘 되어야 모든 것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가정을 잘 지키지 못했다면 왠지 나에게도 문제가 있는 양 색안경을 끼고 볼까봐 걱정되는 마음 때문에 이혼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고민을 학창 시절부터 연락을 지속하는 선생님께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넌 아이를 잘 키우고 있으니 가화만사성을 잘 하고 있는 거야. 네가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가정을 깨는 게 아니고, 네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중인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들의 시선보다도, 어쩌면 내가 내 스스로를 이혼으로 인해 판단하고 깎아내리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이야기하기가 꺼려지는 것이 아닐까요? 내면의 검열자가 원래 훨씬 더 무서운 법입니다. 저는 어쩌면 이혼을 오픈할지 말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 내면에 있는 편견과 싸웠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단순히, 결혼도 제 선택이었듯이 이혼도 제 선택이고 부끄럽지 않으니, 다른 일들을 굳이 숨기지 않듯이 이혼도 굳이 숨기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또 하나, 아이도 고려요인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이혼을 극구 숨긴다면, 제 아이가 그런 저를 보며 '이혼은 숨겨야 할 (안 좋은) 것이구나'라고 인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혼에 대해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다면, 아이도 괜찮을 확률이 클 것입니다. 제가 괜찮아 보이려면, 이혼에 대해 숨겨야 할 것처럼 아이에게 시그널을 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성격 나름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제가 소송이 다 끝나고 싱글이 되어서 직장에 이야기하고 나면, 소감을 글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오픈해본 결과 오픈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겠다 싶으면, 솔직하게 감상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든 것이 잘 풀리는 한 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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