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전쟁을 시작했다
커큐민을 정하고 나니
이제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첫 번째 문제가 생겼다.
일반 커큐민은 기름에만 녹고 물에는 녹지 않았다.
젤리로 만들려면 물에 녹게 만든 커큐민이 필요했다.
원료사들을 알아보니
대부분 해외 대형 업체들이었는데,
기름에만 녹는 형태라서 젤리나 액상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아이들 제품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다 바이오시네틱스라는 국내 회사를 알게 됐다.
여기는 소량이라도 새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게다가 주문할 때마다 새로 제조하니까
원료가 신선할 것 같았다.
'이거다.'
하지만 원료만 해결된다고 끝이 아니었다.
"커큐민으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젤리 만들어주세요."
제조사에 문의를 넣자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커큐민은... 좀 어려운 원료예요."
첫 번째 제조사에서 샘플이 도착했다.
기대를 품고 한 입 먹어보는 순간,
"으... 이게 뭐야?"
커큐민 특유의 향이 확 올라왔다.
강황 냄새 같은 게 코를 찔렀다.
뒷맛엔 쓴맛이 계속 남았다.
'이걸 어떻게 아이들이 먹지?'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향이 너무 강한데 좀 줄일 수 있을까요?"
"단맛을 더 강하게 해보면 어떨까요?"
두 번째 제조사, 세 번째 제조사...
받을 때마다 기대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강황 향은 여전히 강했고,
쓴 뒷맛도 그대로였다.
어떤 곳에서는 향을 줄이려다가
커큐민 함량이 떨어졌고,
어떤 곳에서는 단맛을 늘렸더니
너무 달아서 오히려 이상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대표님, 죄송한데요...
샘플링이 너무 많으셔서..."
몇 번째 제조사인지 셀 수도 없었다.
이미 다섯 곳은 넘게 문의했던 것 같다.
계약도 안 한 상태에서
계속 요구만 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내가 너무 무리한 건가?'
하지만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대충 만들 거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때 알피바이오라는 제조사에 연락이 닿았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는데요.
저희가 여러 맛으로 샘플을 보내드릴게요.
마음에 드는 맛이 있으면 그걸로 개발해보죠."
일주일 뒤, 여러 가지 맛의 젤리가 도착했다.
사과맛, 포도맛, 딸기맛...
하나씩 먹어보는데,
사과맛이 유독 달랐다.
'어? 이건 좀 괜찮은데?'
강황 향을 잘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사과맛으로 커큐민 넣어서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죠."
2주 후, 첫 번째 샘플이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한 입 먹어봤다.
강황 향이... 많이 줄었다.
뒷맛의 쓴맛도 사과 단맛에 가려졌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조정하면 될 것 같은데요."
두 번, 세 번 더 조정을 거쳤다.
커큐민 비율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사과 향도 조금씩 바꿔가며...
한 달이 더 지나고,
마침내 만족스러운 샘플이 나왔다.
"됐다."
이렇게 해서 맛의 전쟁이 끝났다.
반년 넘게 이어진 긴 싸움이었다.
이렇게해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커큐민 젤리가 완성되었다.
여러 제조사와 수많은 샘플링,
그 모든 시행착오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정말 쉽지 않구나.'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이제 진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다음화 예고 : "비싸도, 포기 못 했다"
단가에 흔들리고, 자신감도 무너졌지만
어떻게든 갚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