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들이밀다
지금 왼손엔 튼튼칼마디, 오른손엔 면역강타민이 들려 있다.
제품 두 개. 이게 지금 우리 회사의 전부다.
온라인 광고는 적자를 면치 못했고,
이대로 석 달만 더 가면 끝이다.
그래. 이제 약국을 뚫어야 한다.
진짜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책상 위 포스트잇엔 이렇게 적혀 있다.
‘2024년 목표: 약국 가맹 500개. 살아남기.’
말 그대로다. 살기 위해 뛰어야 했다.
약국에 넣겠다고 결심하곤 곧장 벽에 부딪혔다.
“어떻게 넣을 건데?”
당시엔 제품이 적어도 세 개는 있어야
약사님들이 어느 정도 신뢰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그냥 핑계였다.
솔직히, 창피해서 못 나간 거다.
원래 그림은 이랬다.
온라인에서 자리 잡고,
약국에서도 찾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
하지만 온라인은 계속 적자였고,
원래 그림대로 그릴 수 없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친구와 술자리에서 넋두리를 하다가,
친구가 말했다.
“야, 그냥 근처 약국 몇 군데 가보면 되는 거 아냐?”
“아니 지금 이 상태에서 거래는 어떻게 하고, 관리는 또 어떻게 해...”
계속 둘러대던 나에게 친구가 툭 내뱉었다.
“그런 식이면 아무것도 못 해.
제품만 잘 만들면 뭐하냐?”
자존심이 좀 상했다.
근데 맞는 말이었다.
그래.
망하기 직전이면, 부끄러울 것도 없다.
일단 가보자. 움직이자.
무작정 가진 않기로 했다
약국에 오랜기간 일하면서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약국은, 그냥 ‘넣는다고’ 팔리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제품만 넣으면
약사님이 알아서 팔아주시겠지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약국은 마트처럼 돌리는 구조가 아니다.
약사 한 명이 모든 걸 결정하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잘 팔리는 제품은 딱 세 가지.
1. 손님들이 직접 찾는 제품
2. 브랜드가 유명해서 눈에 익은 제품
3. 약사가 먼저 권하는 제품
이름도 모르고 약사가 권하지도 않으면
절대 팔리지 않는다.
나는 그중에 1번과 3번을 노리기로 했다.
그래서 만든 게 면역강타민.
면역강타민은,
아플 때 단기간에 효과를 줄 수 있도록 개발했다.
약국에서 수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단 기간에 효과를 보는 제품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목표를 두고 만들었다.
근거도 있고,
약사 입장에서 추천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하지만 또 하나 남은 제품, 튼튼칼마디는…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았다.
효능도 애매했고, 설명하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결정했다.
“면역강타민 하나로 간다.”
제품만 들고 가면 놓아줄 리가 없다.
어디 구석 보이지 않는곳에 박혀있을리가 분명했다.
제품이 아니라 ‘자리’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대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 제품 전용으로. 작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주는 형태로.
기성 제품들처럼 만든 건 마음에 안 들었다.
디자인도 올드했고, 약국에 안 어울렸다.
직접 디자인 하기로 했다.
작게, 딱 제품 여섯 개만 놓을 수 있는 크기로.
약사님 눈높이에 잘 들어오게
비스듬히 보이도록 판넬을 세웠다.
뒤쪽엔 브로셔 꽂는 칸도 따로 만들었다.
'받으시면 분명 다른 제품도 두시겠지?
그러더라도 최대한 우리 제품이 홍보되게 만들자.'
처음부터 제품을 많이 사지는 않을거 같아서
제품이 적게 들어가도 허전하지 않게,
‘뭔가 알차다’ 싶은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했다.
제작소에 가져가 시안을 보여줬다.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요?”
“공정이 좀 복잡해져서, 단가가 꽤 올라가는데요.”
“얼마쯤이죠?”
“기성품이면 18,000원인데, 이건 3만 원쯤 됩니다.”
하... 또 돈이다.
가성비로 갈까,
소신을 지킬까.
이 질문만 지난 1년 반 동안
몇 백번은 넘게 했다.
결국 이번에도 같은 결론이었다.
“그냥 3만 원짜리로 해주세요.”
매대가 만들어지는 동안
약국에서 근무하며 영업사원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봤다.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말투로 설명하는지,
제품은 어떻게 들고 다니는지.
약사로 일하다 보니,
그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보통 약국 몇 군데 돌아다니세요?”
“이런 방식이면 약사님들이 좋아하세요?”
그렇게 틈틈이 들은 이야기가
내겐 다 리서치가 됐다.
오케이. 이제 영업사원처럼 보이게
복장을 준비해야겠다.
스파 브랜드에서 검정색 카라티와 슬랙스를 사고,
쿠팡에서 쇼핑백, 명찰, 안내자료를 준비했다.
면역강타민 여섯개와 매대를 쇼핑백에 담았다.
내 첫 번째 ‘영업가방’이었다.
거울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자, 이제 진짜 한번 해보자.”
그게,
2024년 5월의 일이었다.
다음화 예고 : 첫 가맹의 순간
쇼핑백 들고 약국 앞을 서성인 지 한 시간,
약사님 한마디에 드디어 첫 대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