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맹의 순간
3만 원짜리 매대, 면역강타민 작은 박스 6개,
그리고 나눠드릴 안내 자료들을 빼곡히 채운 쇼핑백 하나.
검정색 카라티에 슬랙스, 뉴발란스 운동화.
목걸이 명찰 안에 명함 한 장을 꽂고, 집 앞 약국으로 향했다.
목표는 광진구에 있는 ‘메디파워약국’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이었는데
시작이라면 여기가 맞겠다고 생각했다.
소아과 약국이 제일 한가할 것 같은 오전 10시,
비장한 마음을 품고 입구에 도착했다.
1층 통창으로 보이는, 오래된 약국의 흔적들.
공간도 넓고 동네에서 오래 자리 잡은 듯한 인상이었다.
심호흡을 깊게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문을 열려던 그 순간,
“안녕하세요. 처방전 이쪽으로 주세요.”
환자가 먼저 들어왔다.
‘저 분 가면 들어가야겠다. 지금 들어가면 방해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기다리는데,
도저히 환자가 끊이질 않았다.
이어달리기처럼 한 명 나가면 또 한 명이 들어왔다.
약국이 비기만을 바라보며,
쇼핑백을 든 채 1시간 넘게 서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손님이 나갔고,
‘자, 지금이다. 진짜 들어간다!’
심호흡만 다섯 번째. 문을 열려는 순간,
약사님이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오셨다.
이미 시간은 11시 10분쯤.
나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주차장 한 켠에 서 있었다.
‘언제 끊으시지... 언제 말씀드리지...’
애석하게 기다리는 내 마음과 다르게
약사님은 15분쯤 통화를 하시고 안으로 들어가셨다.
11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
이제는 정말 말을 걸어야 했다.
아니면 오늘 안에 한 마디도 못하고 돌아갈 판이었다.
“안녕하...ㅅ...ㅔ...”
입을 뗀 순간 또 환자가 들어왔다.
나는 다시 도둑놈처럼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
‘대체 오늘 안에 인사라도 드릴 수 있을까?’
그때, 갑자기 약사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저기요, 무슨 일이세요?”
너무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약사님. 저는 어린이 영양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약사입니다.
혹시 잠깐만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뭐, 그러세요.”
약국 안으로 들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제품을 소개했다.
“저희는 어린이 제품만 만들고 있는 작은 회사인데요,
약국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제품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아플 때, 단기간에 면역력을 올릴 제품이 정말 필요하더라고요.
혹시 그런 상황에서 권하시는 제품 있으세요?”
떨리고 설레는 나의 마음과 다르게
하지만 현실적인 약사님의 반응.
“아니 요즘 애들이 없어.
요즘은 영양제도 약국에서 거의 안 사.
왜 온라인에 안 파세요?”
“저희는 아픈 아이들에게 직접 권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서요.
온라인보다는 약국에 더 맞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30분 가까이 제품 이야기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 졸업했고,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까지 솔직하게 전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그래요, 젊은 약사님이 고생하시네.
우선 줘봐요. 선불이에요?”
"아, 네. 죄송하지만 선불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선불로만 결제받기로 결심해둔 상태였다.
후불이 약사님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지만,
우리 방식은 달랐다.
돈을 먼저 내고 제품을 들이는 게
약국 입장에서도, 우리 입장에서도
서로 책임을 갖게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후불은 관리 비용이 너무 크다.
결제 받으러 매달 가야 하고, 그 시간에 영업 하나라도 더 하는 게 낫다.
우리는 그런 비용을 줄여서 제품에 더 투자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불로 결제를 받았다.
정신 없이 결제를 받고
후다닥 뛰어 나왔다.
그렇게, 첫 가맹약국이 생겼다.
약국 앞 분식집에 앉아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첫 가맹약국 생겼다. 진짜 이게 되는구나.”
"축하한다. 그래, 일단 가보고 생각하면 되는거지"
오후엔 약국 3곳을 더 돌았다.
물론 앞에서 한참 기다리고 수 많은 심호흡을 해야 들어갈 수 있었지만,
첫 성공이 주는 힘은 컸다.
들어가는게 어딘가.
드디어 문을 열 수 있었고, 말을 걸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처음 가맹을 해주신 ‘메디파워약국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지금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음화 예고 : 미친 약사의 탄생
자존감을 살린 첫 성공, 그리고 ESTJ 친구의 합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