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영업하면 생기는 일4

입소문이 몰려왔다

by 레디약사

입소문이 몰려왔다


그렇게 24년 무더운 여름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지나갈 무렵,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어떤 미친 약사가 너구리 그려진 빨간색 영양제를 들고

약국마다 영업을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너구리가 아니라 레서팬더였지만,

어쨌든 그 별명은 빠르게 퍼졌다.




그러다 갑자기 약사들 커뮤니티에서

우리 제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면역강타민이라고 커큐민 들어간 건데,

효과가 빠르더라고요."


"커큐민 들어간 어린이 제품이 없었는데

이건 괜찮던데요. 피드백도 좋고."


그리고 다음 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저희 약국에서도 이 제품 취급하고 싶은데요."


"반품 되나요? 얼마 이상 사입해야 무료배송이죠?"


"옆 약국에 주면 저희는 안 할래요."


아침에 일어나 씻고 있는데

카톡이 열댓 개 와 있었다.


아니 이게 된다고?


너무 놀랐다.

이렇게 빨리 입소문이 붙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날은 한 분 한 분 전화 드리느라

영업을 가지도 못했다.


원래 우리는 약국을 일일이 방문해 가맹을 진행했지만,

이젠 전국에서 문의가 쏟아졌다.


물리적으로 다 갈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안내드렸다.


"약사님 너무 죄송합니다.

지금은 직접 방문이 어렵고,

해당 지역에 방문드릴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갈 수 있는 곳은 약속을 잡고 직접 찾아갔고,

그 외에는 택배로 매대와 제품을 보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한 지역을 묶어서 다녀야 하는데,

문의가 들어오는 순서대로 움직이니

동선이 엉망이었다.


도저히 이건 안 되겠다.


체계도 없고, 인력도 부족했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대응하는 것도 버거웠다.


운전하면서 카톡하고, 전화하고,

정신없던 와중에

몇 번이나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


순간순간 불안했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정말 큰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니다.


직원이 필요했다.

외부를 돌고 있을 때,

내부를 책임져 줄 사람이.


내 월급은 개뿔,

제품을 팔아서 돌아오는 수익보다

팔기 위해 쓰는 비용이 훨씬 많았지만,

이 상태로는 오래 못 버틸 것 같았다.


진짜로 내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을 뽑아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적자인 회사에서

누구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막막했다.


작은 스타트업은 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눈치껏 해내야 한다.


경리였다가, 마케터였다가, 청소도 해야 하는 팀원.

게다가 넉넉한 급여도 줄 수 없다.


그래서 공고를 올리기보다,

지인을 통해 사람을 구해보기로 했다.




마침 동업자 친구가

전부터 같이 일하던 대리님이 있었다.


책임감 있고,

성실하다고 강력 추천했다.


급여는 넉넉히 드릴 수 없었지만,

그 분이 합류하기로 하면서

회사는 확실히 달라졌다.


신생 스타트업이라는게 이런 느낌인가?

세 명이 되자,

확실히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무거운 짐을 함께 드는 느낌이었다.


대리님이 합류한 이후,

모든 게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카톡으로 흩어져 있던 업무들이

구글 시트에 정리되었고,

문의를 어떻게 대응할지 기준도 생겼다.


"문의 오면 이렇게,

이 순서대로 처리해 주세요."


가이드가 생기고, 기준이 생기자

우리는 조금씩 회사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다음화 예고 : 부산에 던져졌다


제품과 매대를 차에 싣고,

3박 4일 동안 부산 전역을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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