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없던 유산균을 만들다
그러다 어느 날이었다.
30년 가까이 한약을 손에 잡히듯 쓰시는
선배 약사님과 점심을 먹게 됐다.
별 대화 없이 밥을 뜨던 중,
그분이 툭 던진 말 한마디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위장이 약한 애가 있어서 효소랑 유산균을 쓰려고 했는데,
애기들용은 마땅한 게 없더라구요.”
그 순간,
몇 달 동안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렸다.
뒷골이 댕 울리고, 전구가 번쩍 켜지는 느낌이었다.
“약사님 감사합니다. 제품 나오면 꼭 가져다드릴게요.”
내가 그 말을 던지고,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앉는 순간 손이 덜덜 떨렸다.
“이거다.”
그동안 방황하던 문제를
드디어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먼저 아이들 소화 문제부터 잡기로 했다.
아이들은 사실 돌도 씹어먹을 나이다.
소화 효소가 부족해서
소화를 못 시키지는 않는다.
"근데 왜 굳이 효소를 먹어야하는가?"
아이들은 밥을 대충 씹고 삼켜버린다.
그러니 소화가 더디고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문다.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곡물을 발효시킨 효소를 넣자.
곡물을 천연발효하여 만든 소화제라
오래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고
아이들 식습관 개선에도 효과적인 방법이였다.
위에서 음식이 머무는 동안
효소가 1차적으로 소화를 도와
장에 도착했을 때
소화하기 훨씬 편한 상태로 도착한다.
그만큼 장의 부담은 줄고,
위에서 장으로 음식을 내려보내는 속도가 빨라진다.
결국엔 식사량이 늘게 되고
“배 불러요, 배 아파요” 같은 증상도 줄어든다.
오케이.
우선 위를 편안하게 하는 1차목표는 해결했다.
다음은 장을 손볼 차례다.
음식이 소장에 도달하면 본격적인 소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대장으로 넘어가면서 변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정보는
소장에는 유산균이, 대장에는 비피더스균이 산다.
아마 저게 뭔데 싶을수도 있으니..
쉽게 정리하면 이렇다.
'설사는 소장 문제, 변비는 대장 문제.'
나는 목표를 단순하게 잡았다.
“변이 잘 나오게 하는 제품.”
유산균을
면역력, 염증, 대사질환 예방
여러가지 목적으로 개발 할 수 있지만
나는 오직 저 한가지 목표를 생각했다.
'어떤 균주를 쓸지'
'균주는 몇 종을 섞을지'
'비피더스균과 유산균 비율'
시장에 이미 팔고 있는
유산균 원료 패키지를 쓰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나하나 커스텀해서 만들고 싶었다.
효소 원료사는 금방 결정됐다.
두세 군데 미팅을 다녀본 끝에,
국내 효소 1인자 아미코젠을 택했다.
카뮤트 효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중에서도 발효도가 가장 높고 역가가 강력한
‘곡물발효효소 프리미엄’을 사용했다.
단순히 유산균 제품이 아니라
효소+비피더스균+유산균을 모두 담으려면
가장 진한 원료를 써야 했다.
문제는..
청국장 같은 발효 냄새가 진동했다는 거다.
먹기 힘들다는 피드백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 그러면 맛을 포기하거나
양을 왕창 먹어야 했다.
냄새를 잡는 게 차라리 나았다.
진짜 문제는 유산균 원료사였다.
처음에는 나도 해외 유명 원료사만 고집했다.
‘이름값’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마케팅이 유리한 제품이 아니라,
먹었을 때 진짜 효과가 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해외 원료사들은 제약이 많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온거를 섞어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정했다.
유산균 전문 회사와 함께해야겠다.
여러 영양제 공장을 다니며 깨달았다.
매 제품마다 생산 설비를
따로 구축할 수가 없다고.
다른 제품들은 괜찮은데 유산균 같이
살아있는 원료를 쓰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래서 나는 유산균 배양부터 제품 완성까지,
전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유산균 전문 회사들은 남의 원료로는 생산해주지 않으려 했다.
결국 선택지는 둘이었다.
① 해외 유명 원료를 섞어서 유산균 전용 설비에서 생산한 샘플
② 유산균을 직접 배양하고 제조하는 메디오젠 샘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메디오젠 샘플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균주 데이터는 있었지만
글로벌 균주사들에 비하면 빈약했다.
게다가 요즘 모두가
해외 유명 균주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데,
메디오젠은 마케팅 하기에도 어려웠다.
한국인 아이들에게 맞춘 한국 균
연구가 많이 되고 마케팅하기 편한 해외 균
둘 중에 한가지를 정해야됬는데
내 개발 역사상 제일 어려운 결정이였다.
“효과만 보고 고르겠다.”
오랜 고민 끝에
마지막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돌렸다.
결과는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참여자 중 90%가
메디오젠 샘플이 더 낫다고 투표한거다.
하 참..
나도 아직도 이유는 모른다.
균주가 좋아서인지,
배합을 잘 맞춰서인지,
효소와 시너지가 터져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내가 약국에서 팔아본 기존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건 진짜로, 압도적으로, 제품력이 뛰어났다.
메디오젠이 한국 유산균 회사중에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그냥 동방에 작은 회사다.
그런데도 결과가 이렇게 나온거 보면
다른건 몰라도 유산균은
확실히 한국사람은 한국 균이 잘 맞나 싶기는 했다.
여기서 더 어이가 없는건,
메디오젠 균 가격이 해외 유명 원료보다 더 비쌌다는 거다.
얘넨 뭔데 이 가격을 받지? 싶었는데
이렇게 결과가 나오니 안 할수가 없었다.
사람마다 장 환경, 식습관이 다르니까
유산균은 모든 사람에게 잘 맞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잘 맞는 제품이었다.
해외 원료 유산균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원료도 좋고 연구 데이터도 많다.
다만 알 수는 없지만
내 체감으로는
국내 균이 한국인들에게는 훨씬 잘 맞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개발' 이라는 첫 관문을 넘어섰다.
맛도 잡아야하고
포장은 어떻게 할건지
이름은 뭐로 할건지
이 모든 관문을 넘어야 출시를 할 수 있는데
개발을 끝나고 이 과정을 넘지 못해
세상에 나오지 못한 제품들이
내 구글 드라이브에 너무 많이 쌓여 있었다.
다음화 예고 : [효비장군3편, 맛있는 영양제 만드는 T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