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비장군 3편

이름 짓기가 제일 어려워~

by 레디약사

내 이야기를 꾸준히 따라온 분들이라면 알 거다.
여기서 갑자기 해피엔딩 같은 건 없다.


개발만큼 어려운 문제는

다름 아닌 ‘맛’이었다.


유산균 자체는 거의 무맛이라 괜찮았다.
문제는 효소였다.


이놈의 효소가

청국장 같은 쿱쿱한 냄새를 풍기는데

그걸 애들이 먹겠는가?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그 특유의 발효 냄새와 맛을

이겨내고 억지로 먹일거 같지 않았다.




그래도 그사이에 짬이 좀 생겨서

효비장군을 개발했을때는

영양제 맛잡기에

도사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 비밀을 전부 풀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TIP을 하나만 알려주자면


맛을 잡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맛을 섞는 거다.


예를 들어 강타민은
강황 특유의 쓰고 매운맛을 잡기 위해

사과 농축액과 포도 농축액을 섞었다.


단순히 사과맛이라 사과만 넣으면
오히려 단조로워져서 불쾌한 맛이 잘 느껴진다.


맛을 다채롭게 구성하고

신맛과 단맛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맛없음’을 덮을 수 있다.


우리는 요리를 하는 게 아니다.
맛없는 영양 성분을 어떻게든

‘맛있게 가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효비장군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문제는 ‘발효 냄새’였다.

쿱쿱한 발효향이 나면서

맛을 맛있게 잡아놔도

냄새와 맛이 어울리지 않았다.


한 다섯 번쯤 샘플링을 했을때 느꼈다.

과일 농축액으로는 절대 숨길 수 없는
뿌리 깊은 냄새였다.


이렇게 힘들게 개발하고

맛 때문에 또 좌절될거 같은 느낌이 들때 쯤


요거트 스무디를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발효 식품 맛이면 괜찮지 않을까?”


발효식품 중에 애들이 좋아하고,
사람들이 친숙하게 여기는 게 뭐가 있을까?

바로 요거트였다.


나는 그릭요거트와 요구르트를 활용해
샘플링을 다시 시작했다.


의외로 잘 먹혔다.

청국장 냄새 같은 발효 향이
요거트 풍미와 섞이자 거부감이 훨씬 줄어들었다.


몇 번 더 디테일을 조율하고 나서야
내 마음에 90%정도 드는 맛으로 개선 되었다.


여기서 더 맛있게 하는게 불가능하다 느낄때까지

샘플링을 진행하다 결국 최종 결정을 했다.




여기까지 오면 다음 절차는 늘 비슷하다.
성분 개발 → 맛 잡기 → 패키지 디자인


그래도 다행인 점은 앞에 두 관문을 넘으면

패키지에서 출시를 못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을 뿐..


패키지를 만들려면 이름부터 정해야 했다.

효소 + 비피더스 + 유산균.
나는 단순하게 줄여서

‘효비균’이라고 붙였다.


품목 신고를 관련부서에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디자이너님께 연락했다.


면역강타민때 작업물이 마음에 들어서

또 같은 분께 의뢰를 드렸다.




다음주가 되자 관련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이름에 균이 들어가면,
마치 새로운 균주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칼같이 거절됬지만 납득은 됬다.

한주 밀리고 디자인도 다시 바꾸는게

속이 쓰렸지만 이해는 갔다.


두 번째로 시도한 이름은 '엔비락'.
엔자임(효소) + 비피더스 + 락토바실러스균(유산균).

유산균 제품들이 OO락 이런식으로 많이 지어서 참고했다.


"디자이너님 죄송한데요.. 이름이 바껴서 수정 부탁드리겠습니다"

"효비균에 맞춰했는데 그러면 컨셉을 바꿔야될거 같아요"




다시 한주가 지나고

“엔비락은 안됩니다.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어요.
동물용 의약품에 이미 엔비락이라는 돼지 유산균 제품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욕이 절로 나왔다.

축산농가에서 쓰는 돼지 유산균이랑 사람 유산균을 누가 헷갈리냐?

하지만 그건 내 사정이고

행정소송이라도 해서 쓸거 아니라면

결국 바꿔야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순신 장군 다큐를 보게 됐다.

장군이 갑옷을 입고 바다를 지키는 장면을 보는데,

갑자기 전기가 흐르듯 머리를 스쳤다.


“그래, 우리 제품도 장을 지켜주는 장군이 되면 되잖아.
효비… 장군?”

순간 묘하게 든든한 느낌이 왔다.


유산균 같은 이름은 아니였지만,
장군이라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최종 이름은 ‘효비장군’으로 확정했다.


다만... 문제는

이미 디자이너가 엔비락으로

디자인을 다 완성해놨다는 거다.




"대표님 수정 횟수 다 쓰신거 아시죠?"

"추가금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이번엔 아예 새로운 캐릭터 콘셉

장군 갑옷을 입은 레디로 다시 의뢰했다.


캐릭터 디자인만 2주
그걸 패키지 디자이너에게 넘겨 수정하는 데 또 1주
마지막으로 광고 심의까지 2주

패키지 디자인이 완성되는데까지

그렇게 한 달이 또 훅 날아갔다.




완성된 디자인으로 패키지를 생산하고

제품을 포장하는데까지 한달반이 걸린다.

한달반 동안 나는 거의 매일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면역강타민과 튼튼칼마디가 팔리고 있어서

잔고가 0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몇천만원 쌓였다가

다시 0에 가까워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업을 시작할 때

처음 제품을 찍을 돈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영양제는

생산하는데 두달이 걸리기때문에

이미 찍은 제품이 다 팔리기전에

또 큰돈들이 나가게 된다.


제품이 늘어날수록

재고자산은 늘어나지만

막상 내손에는 돈이 없었다.


효비장군은 대금을 지금하고 나서

통장은 다시 텅 비었지만

2024년 12월

효비장군이 세상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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