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마나부
우리가 흔히 쓰는 센스란 말, 무슨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걸까. 아마 다들 센스 있네, 센스가 좋다는 말을 들으면 적어도 유행을 좀 알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한 분야에서 내가 좀 앞서있나?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처음 이 책에 제목을 듣고 센스의 재발견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곳곳에 숨겨져 있던 센스를 알려주는 책인가? 생각했다. 책의 1 회독을 마친 지금, ‘센스’라는 단어의 뜻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선 센스는 곧 지식이자 정밀도이고 뿌리가 있는 경험의 축적. 즉, 육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흔히 우리가 생각하듯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작가가 정의하는 센스에 대해서 읽으며 호기심이 생겨 책을 잡고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은 책은 오랜만이었다.
2 회독을 마쳤다. 작가의 뚜렷한 주관이 좋았다. 기억 속에 남는 것 위주로 정리해보려 한다.
1. 센스가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범함’을 알아야 한다. 평범함을 알아야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다. 즉, 표준을 먼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수치화할 수 없는 사실과 현상에는 다양한 것이 존재한다.
이를 최적화하려면 다각적이고 다면적으로 측정한 후에 ‘평범함’을 찾고 설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삶의 어느 지점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인 거 같다. 평범함을 먼저 찾아보는 것.
살다 보면 수치화할 수 없는 일들이 투성이다. 이런 방면에서 센스를 발휘하기 위해선 다각도로
현상을 들여다보고 ‘표준’ , ‘기준’을 찾아보는 것. 업무에 있어선 아주 필요한 방법일 것 같다. 평범함이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아는 것. 양쪽을 모두 알아야 ‘가장 한가운데’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양쪽 모두 알았을 때 비로소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2. 센스는 ‘지식’에서 시작된다. 센스란 ‘지식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진심을 다해 일해본 사람만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이도 마찬가지로 일 또는 삶에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지식이 있으면 있을수록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것을 지식으로써 축적하는 일은 새로이 팔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하다. 방향성을 정한 다음 (1)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것을 지향해야 하며 (2) 최종적인 아웃풋은 새롭고 아름다우며 (3) 각이 살아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웃풋 전 단계에서는 지식을 토대로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 과거의 것이나 과거의 지식과 대조해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것을 의심하는 마음, 어떤 느낌인지 사전에 확인하고 행동하려는 마음은 원시시대부터 위험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본능에서 온다, 확인하고 싶은 본능이 없다면 ‘맛집 블로그’나 ‘여행 블로그’ 같은 입소문 블로그가 이만큼 인기 있을 수도 없다. 오래된 것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옛것을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감정이 미래로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에 대항해서 균형을 잡아준다. 이러한 균형을 익히지 않고 기획을 생각하면 너무나 선진적이고 공격적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선적인 기획이 된다.
새로움을 좇으면서도 과거에 대한 경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 센스이다.
읽으며 읽을수록 센스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참 어렵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지식의 축적과 예측의 반복으로 센스가 길러진다고 한다.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 각자 특정 부분마다 센스 있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나는 어느 방면에서 센스 있는 사람일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3. 센스 최대의 적은 확신이며 주관성이다.
확신과 주관에 따른 정보를 아무리 모아도 센스는 좋아지지 않는다.
우리는 다들 각자 나름대로 확신한다. 사고방식, 지금까지 삶의 방식이 그 사람의 100%를 만든다. 패션에 한해서가 아니라 사업 계획이나 기획도 우리는 상당히 주관적인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유로워질 수 없으니까 의식적으로 확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확신을 버리고 객관적인 정보를 모으는 일이야말로 센스를 좋게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다.
센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사실은 얼마나 정보를 모으지 않았는지, 자신이 가진 객관적인 정보가 얼마나 적었는지를 우선 자각하자. 아무리 짧은 시간 내에 사물을 최적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센스는 감각이 아니라 막대한 지식의 축적이다. 센스란 다시 말해 연구를 통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4. 효율적으로 지식을 늘리는 세 가지 비결
• 왕도부터 풀어간다.
왕도의 제품은 이미 ‘최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왕도를 안다면 그 분야의 제품을 최적화할 때 필요한 지표가 생긴다.
• 지금 유행하는 것을 안다.
유행하는 것들은 대부분 일회성이다. 그러나 왕도와 유행, 두 가지를 다 알면 지식의 폭을 단숨에 넓힐 수 있다. 유행을 깨닫는 방법으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잡지이다. 지식을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것은 센스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 공통점과 일정규칙이 없는지 생각한다.
현재 인기 있는 가게, 오래된 가게 외에도 다양한 가게 속에서 공통적인 규칙을 발견한다.
이제부터는 ‘정밀도’이다. 현대는 ‘정밀도’의 시대이며 쌓아둔 지식을 통한 검증을 다각도에서 반복하는 일이 정밀도와 질을 높일 수 있다. 지식의 질이 정밀도 높은 아웃풋을 창출한다.
이젠 “느낌상 이게 좋은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센스 있는 발언을
하려면 정확하고 고품질의 ‘정밀도 높은 지식’이 필요하다. 센스 있는 사람은 풍부한 양질의 지식을 재료로 발상한다. 사람의 감각은 무척 섬세하고 민감하다. 높은 정밀도로 세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민감하게 느낀다.
디자인이 좋으니까 팔렸다기보다는 팔리는 아웃풋을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팔린 것이다.
내가 그동안 방문했던 공간 중 특히나 좋았던 곳,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다 논리에 기반한 촘촘한 설계라니.
감각만으로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을까.
‘정밀도’라는 말은 참 갖고 싶은 말이다. 오래 걸리며 한 분야에서 정밀도를 쌓아온 사람들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르지 않나? 난 어떤 분야에서 정밀도를 쌓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마 갈수록 더 정밀도가 높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깐깐(?)한 시대지만. 오히려 좋은 것 같다. 거르고 거르고 걸러서 진짜만 남기기.
5. 편협한 분야에서 풍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모든 사실과 현상을 자신이 뛰어난 분야와 연결할 수 있는
특이한 센스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센스를 기르려면 센스를 활용하는 기술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활용하자. 꿋꿋하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갔다. 우습지만 나도 저런 버릇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연관시키는 버릇. 거창하게 얘기하면 인문학적인 부분일 수도.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그냥 갖다 붙이는 것일 수도.
하지만, 어떤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 봤던 사람은 비교적 다른 분야를 섭렵하기에 단시간이 들 수도 있다.
마치 스페셜리스트가 제너럴 리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듯이.
6. 인생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센스 수준을 높인다.
인생 선배들이 가진 지식, 지혜, 경험이라는 센스의 결정체를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나이 차가 있는 사람과 소통이 잘된다는 것은 강한 지적 호기심 덕분이다. 경험이 풍부한 인생의 선배들과 나누는 대화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흡수의 장이다.
이 부분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부분. 난 비교적 어릴 때부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들과 친하게 지냈다. 물론 동갑친구들도 있지만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난 지적 호기심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나이 차가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던 걸까. 많은 걸 흡수할 수 있는 장이라 그랬던 것 같다.
위험한 말이지만 난 영양가(?)가 없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웃고 즐기고 농담하는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여유가 없어서일까. 그런 자린 정말 바쁘고 지쳤을 때 환기할 겸 가지게 되는 자리인 것 같다. 오히려 더 기운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대화를 깊이 하고 그 속에서 배우는 걸 찾아가는 걸 아주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그 이유가 지적 호기심이었다니. 책 덕분에 이유를 찾았다!
여기까지가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정리해 보고 나의 생각도 정리해 보았다. 작가의 말들이 힘 있게 다가오는 건 문장 속에 세월이 녹아있어서가 아닐까.
이렇게 사람의 깊이를 엿보게 되는 것 같다. 여러모로 나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하고 깨우침을 준 책이다.
동시에 센스 있는 사람이 시간이 걸리더라고 꼭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센스 있는 사람. 즉, 어느 한 분야에서 막대한 지식을 축적한 사람.
애정 없이 할 수 있는 일일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믿어보기로 하며,
“센스라는 보물은 이미 당신 안에 존재한다. 센스를 기르는 모험을 위한 여행을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