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썼던 과제 글
진정한 나의 언어란 무엇인가? 일상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말을 한다. 반복되는 일정한 생활패턴 속에서 내가 내뱉는 반복적인 말들의 패턴이 존재하 고 습관이 되어버린 나의 말들이 있다. 내가 내뱉는 말들 중 과연 진짜 나를 표현해 주는 말들은 얼마나 될까?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말을 듣는 것도 좋아한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지식들을 맘껏 뽐내거나 내가 말을 내뱉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확립 시 킬 수 있는 말들을 좋아한다. 또한 나와 관련이 있거나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들, 나와 연결고리가 조금이라도 있는 말들에 흥미를 느낀다. 나는 일 상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말들을 하고 들으며 보고 쓰기도 한다. 나는 아 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에게 잘 잤냐"라고 묻는다.
진짜 잘 잤는지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다. 경전철을 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사면서 계산한 뒤“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길을 나선다. 진짜 감사해서 하는 말들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말들은 단지 겉치레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당연하고도 습관적인 말들이다.
언제부터 이러한 말들이 나에게 당연하게 여겨져 습관처럼 굳어지게 되었을까? 아마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나의 경험과 우리들이 항상 중요시 여기고 여겼던 '예의 상'이라는 것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말의 힘은 훨씬 대단하다.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계산한 뒤 간단한 인사말 없이 고개만 '까딱하고 나가는 사람과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나가는 사람을 봤을 때 누구의 태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순 없지만 우리는 그 행동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그것을 보고 꽤 많은 것을 판단하고 결정짓는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는 인사를 하는 사람에게 좋은 인 상을 받고 그러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이런 사소한 말들에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사소한 말들에 영향을 많이 받고 사소한 말들에도 의미부여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상냥한 말투로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이렇게 나의 이념들은 말과 행동으로써 실천된다. 내가 하는 뻔하고도 당연한 말과 행동들은 내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한다. 여기서 대화는 나와 타인의 대화, 나 자신과의 대화, 나와 미디어 간의 대화 등등 우리의 일상은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 에는 수많은 사상과 수많은 가치관이 공존한다. 그 수많은 대화 속에서 나의 가치관을 찾아간다. 나는 내 생각이랍시고 하는 말들 중 대부분은 어디서 주 워들은 그럴싸한 말들에 내 생각을 겸비하거나 억지논리적인 말들과 자기 합 리화적인 말들이 매우 많다. 나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좀 더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슷한 것들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에 동의하며 나의 말들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나는 하루에도 수많은 미디어를 접한다. 사람, 스마트폰, TV 등등 이러한 매개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어가 곧 나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에서의 언어는 유행을 만들 고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말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들이 우리를 나타내고 구성하며 조직한다. 즉 언어가 내 가치관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돌아다니는 말들은 매우 가볍고도 무겁다. 그 공간에서 사람 들은 자신을 만든다. 내가 그럴싸한 글들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또한 그 글을 읽고 친구들에게 마치 내가 경험했던 얘기처럼 떠들며 마치 내가 대단 한 사람이 된 마냥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들이 친구와 대화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얘기가 어디서 본 글들, 어디서 들은 말들이 우리의 말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일상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위 말해 고급 단어' 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세뇌시키고 구분 짓는 다. 예를 들어 우리는 '화장실'을 간다고는 하지만 변소'를 간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변소'라는 단어가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단어에 이미지를 투영해 변소'보다는 '화장실'이 조금 더 고 급 지게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급지게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또 우리들을 구분 짓는다. 계급을 분류시키고 고급이 있다면 분명히 저급해 보이는 단 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단어들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나와는 거 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자기 검열 후 고급 단어'를 사용한다. 또한 요즘은 줄 임말과 신조어가 굉장히 많다. 굳이 줄이지 않아도 되는 말들도 줄여서 하고 정확한 정의는 내릴 수 없지만 다들 공감하는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 한 은어들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유대감을 느끼고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는 사람, 구세대'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우리는 세대를 구분 짓고 '신세대'가 '구세대 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며 자신은 신세대라는 것을 줄임말과 각종은어들로 '입증' 하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내 친구들과 내가 하는 말들은 거의 비슷하다. 거기서 편안함과 유대감을 느낀다. 말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내가 쓰는 말들을 금세 친구들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쓰는 말들도 내가 친구들한테서 전염되어 쓰는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들도 전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나의 언어라는 것은 존재할지 의문이다. 언어라는 것이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고 어떠한 계층만 사 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우 평등하면서도 공평하게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지는 만큼 그 힘 또한 무시무시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남자'라는 단어를 어떠한 사람에게 사용함으로써 그 사람은 '상 남자'가 되어버린다. '막말녀', '민폐녀'등과 같은 단적인 단어를 한 사람에게 사용함으로써 그 사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막말녀', '민폐녀'가 되어버린 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이 모두 우리를 분류시키고 조직을 만들며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일상적인 말들에서도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인 인식과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고 저러한 상황에선 저러한 말을 하는 것이 '옳다'라는 우리의 당연한 문화'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을 습득했고 그것 이 습관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보다는 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당연하게만 그러한 행동과 말을 해왔고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 은 우리만의 언어를 묵살시킨다. 대다수가 사용하고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을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내가 언어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나의 자유가 존재하고 개성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 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언어들은 지나치게 편향적이면서도 무례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개성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언어의 자유가 오히려 우리의 개성을 묵살시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