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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이 휴일인 당신, 근로자입니까? 노동자입니까?

생활 속 섞어 쓰는 낱말, 근로자 vs 노동자

by 리얼라이어

우리나라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학생에게는 여러 개의 기념일과 공휴일 덕분에 마음 설레는 한 달로 꼽을 수 있겠지만, 어린아이를 키우고 양가 부모를 봉양하는 우리나라 대다수의 3040 기혼자에게는 명절만 큼(?)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각 기념일마다의 의미와 취지야 그 누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겠는가? 피부로 바로 와 닿을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바로 등골이 휠 것 같은 높은 가계지출이 부담되어서 그렇겠지! 글쓴이 또한 그렇고.


아무튼 등골의 달, 5월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그럼에도 기혼자이던 미혼자이던 직장이라면 단 하루지만 5월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마치 등골의 달을 맞이하기 전 심신의 안정을 취하라는 차원에서 폭풍전야와 같은 날이 있으니 바로 5월 1일이다. 물론 같은 직장인이라고 해도 이 날 만큼은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근로자의 날


매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메이데이/May Day), 노동절(Labour Day), 워커스 데이(Worker’s Day)라고 부른다. 같은 날을 두고 이렇게 다양하게 부르고 있으니 ‘근로자의 날’ 뜻과 유래에 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각국의 근로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로, 우리나라는 법정기념일로서 매년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하고 있다.

‘근로자의 날’은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와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하여 투쟁한 미국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이듬해 7월 세계 여러 국가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결정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연맹이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최초의 행사를 개최했다. 1945년 해방 이후 노동절 기념행사가 열렸고, 정부는 1958년부터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행사를 치르다가 1963년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그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꾸었다.


한편 노동단체들은 근로자의 날 의미가 왜곡되고 명칭마저 바뀐 것에 반발, ‘5월 1일 노동절’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투쟁을 계속했다. 그러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4년에 5월 1일로 변경, 명칭은 바뀌지 않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근로자 vs 노동자

글쓴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종종 혼용하여 쓰는 낱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가 같거나 비슷한 낱말도 있고, 다소 다르더라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낱말도 있다. 또한 법적으로 쓰는 낱말과 정부 정책에 쓰이는 낱말이 다르더라도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말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법적인 말과 정부 정책에 쓰이는 말 중 어떤 것을 사용해야 옳은지, 상황에 따라 달리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말이다. 덧붙여 우리가 쉽게 접하는 뉴스 기사에서도 이것을 혼용하여 쓰기도 하니 이쯤에서 '근로자의 날'의 주인공을 소환하고자 한다.


‘근로자’로 써야 옳은 것일까? 아니면,
상황에 따라 ‘노동자’로 써야 하는 것일까?


근로기준법 제2조에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근로자’는 법적인 말로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도 '근로자'처럼 법적인 말로 쓰일까?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노동자’ 낱말은 검색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정책자료실에서 2020년 4월 28일 <코로나19 적극적 고용안정대책>을 제목으로 한 보도자료를 보면 ‘근로자’와 ‘노동자’ 이 두 낱말이 혼용되어 쓰이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코로나19 적극적 고용안정대책> 보도자료 일부 캡처


©고용노동부 <코로나19 적극적 고용안정대책> 보도자료 일부 캡처


그러면 뉴스 기사에서는 이 두 낱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2020년 4월 29일 자 파이낸셜뉴스 김호연 기자님이 쓴 기사 <文대통령, '고용유지' 현장 찾아...'연대와 상생' 강조>를 보면 이 또한 혼용되어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호연 기자(파이낸셜뉴스, 2020.04.29 기사 일부 캡처)

명확한 표기 기준이 없다.
그래서,


법적인 말에는 ‘근로자’로 쓰이지만 정부 정책과 뉴스 기사에서는 ‘노동자’로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으로 본다면 상황에 따라 ‘근로자’ 또는 ‘노동자’로 사용해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그럼 여기서 의문점 하나. 상황에 따라 두 낱말을 혼용해서 써도 된다면 과연 어떤 경우에 적절한 낱말을 사용하면 되는 것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근로자’와 ‘노동자’를 검색해봤다.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면 의문이 풀릴까 싶어서다.


근로-자(勤勞者)「명사」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노동-자(勞動者)「명사」 「1」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2」 육체노동을 하여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


위에서 살펴보면 두 낱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근로자’가 ‘노동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즉,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며, ‘노동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로 얻은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곧 ‘근로자’인 것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두 낱말을 혼용해서 써도 된다면 과연 어떤 경우에 적절한 낱말을 사용하면 되는 것일지에 관해 사전적 의미로 그 의문을 해소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그러다가 나무위키에서 ‘근로자의 날’을 설명한 것 중 노동계 목소리가 실려 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에 대해, 단순히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노동자(勞動者) 대신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근로자(勤勞者)를 붙임으로써 노동권을 억압하려 했다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 시기가 마침 박정희 정부 때였고, 어용조직의 성격이 짙었던 대한노총설립일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세계노동절의 날짜는 5월 1일인데, 날짜를 3월 10일[15]로 굳이 변경한 점이 이런 의혹을 증폭시킨다고도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 날을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 혹은 메이데이(May-day)라는 이름으로 기념한다. 본래 유래가 된 노동절의 원 번역도 '노동'절에 가깝기도 하다. 영어로 worker 은 단순히 '노동'을 하는 사람이란 의미가 강하며, 근로자와 같이 사용자 입장의 용어를 사용할 때는 계약 관계에 종속되었다는 뉘앙스의 단어인 employee를 사용하기 때문. _ ©나무위키 > ‘근로자의 날’ 일부 내용 발췌


그리고 때 마침 2018년 2월 28일 자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의 '근로자의 날' 명칭, '노동자의 날'로 바로잡히나? 기사를 접했다.


©윤성효 기자 (오마이뉴스, 2018.02.28 기사 일부 캡처)


기사의 내용을 간단히 축약하면 고용노동부에 했던 민원에 관한 회신을 기사화한 것으로서 민원 내용은 현행 법률 제정과 (법) 조문의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하면서,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의견에 공감하나 ‘노동자의 날'의 명칭 변경 여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하는 등의 법체계의 통일성과 국민정서, 노사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명칭 변경 여부를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이를 정리하면 '근로자', '노동자' 두 낱말은 어떠한 특별한 경우에 가려 써야 한다는 원칙이란 없지만 법체계의 통일성, 국민정서, 노사 입장에 근거하여 사용하는 단어가 ‘근로자’인 셈이다.


또한 법적 개념으로는 ‘근로자’라고 쓰이지만 정부는 물론 우리 생활 속에서 ‘노동자’ 말도 혼용해서 자주 쓰이고 또 흔히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개념, 다시 말해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 실현을 위해 대다수 사람들이 ‘노동자’라고 불렀던 것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글쓴이의 시선으로 봤을 때


생활 속 섞어 쓰는 낱말, ‘근로자’와 '노동자’는 결국 명확한 표기 기준이 없다.


그래서 법적인 개념으로는 ‘근로자’로 쓰고 있다는 인식 아래에 ‘노동자’든 ‘근로자’든 내가 편안하게 부르고 사용하면 된다.


그럼, 나는 근로자인가? 노동자인가?


나는 브런치에 글도 쓰면서 대중에게 문화예술과 브랜드를 나만의 방식과 시선으로 소개하는 기획자, 로컬크리에이티브이자

근로와 노동을 겸하는 자영업자다.


즉, 자영업자인 나는 5월 1일과 무관하다.





아무튼 같거나 비슷하거나 다소 다르거나 하겠지만, 그럼에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생활 속 섞어 쓰는 낱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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