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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플레이리스트

취중진담

by 리얼라이어

신년 첫날에도 아내와 어김없이 술잔을 기울인다. 거나하게!


"내 장례식에는 무조건 이 노래만 틀어줘, 반복적으로."

"그래도 몇 곡은 더 있어야지?"

"아니. 무조건 이 노래만 틀어줘."

"근데 왜? 왜 이 노래야?"


아내의 장례식 플레이리스트는 박정현 <꿈에> 다. 앨범이 아닌 디지털 싱글처럼 오직 한 곡으로만 이뤄진. 물론 이 리스트는 몇 곡의 노래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김현철 <일생을>을 장례식 플레이리스트로 말했다. 나 또한 몇 곡의 노래가 더 추가될 것이다.


오늘은 2021년 1월 1일. 여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소띠 해 ‘신축년(辛丑年)’ 첫날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며 장례식 플레이리스트를 논하다니! 어울리지 않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건 아내와 난 계속 술잔을 기울이며, 옛이야기는 물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한 얘기를 계속 주고받았다. 음악 얘기도 함께 말이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새해도 벌써 하루가 지났다. 소주병은 점점 늘어가고. 제네바 스피커에서 제휘 <Dear Moon> 이 흘러나온다. tvN <나의 아저씨> 한 장면이 떠오른다. 달이 엄청 크고 예뻤던.


tvN <나의 아저씨> 한 장면


술은, 그리고 음악은 아내와 나의 로맨스다. 이참에 진지하게 각자의 장례식 플레이리스트를 차근차근 리스트업 하기로 했다. 물론 우리 두 사람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술이 많이 취했다.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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