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뒤섞여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과 답답한데 두려움까지 더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그 압박의 세기가 매우 다르다. 현재 난 후자 쪽인데, 마치 그 오래전 군대 100일 휴가를 마치고 부대 위병소를 몇 보 앞에 둔 심정이랄까?! 그래도 군대에서는 지금 이병의 계급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병장이 되어 어느덧 전역을 명 받지만 남편인, 아빠인, 가장인 나를 오롯이 시간에 맡겨 전역을 명 받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난 불안한 눈빛이다. 이쯤이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올리브에 마늘은 어느 정도 넣으면 돼?"
"반의반 정도?"
아내가 출근하면서 정해준 메뉴로 딸아이의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다. 나도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고 서둘러 출근을 해야 한다. 오전 중 딸아이가 아내와 몇 번의 통화를 했던지라 나는 메신저로 대화를 했다. 더욱이 인터넷에 몇 번만 검색하면 '파스타 만든 법'을 알려주는 정보가 널렸는데 아내한테 전화까지 해서 귀찮게 한다면 아마도 좋은 소릴 듣지 못할 테니까. 아... 아내가 출근 전에 이미 내게 파스타 재료와 만드는 방법까지 다 설명해줬다. 그런데 허투루 들었나 보다. 생각이 안 나네. 그래도 인터넷 보단 아내에게 직접 물어보는 길을 선택했다. 하고 싶은 말도 있기에.
"올~ 요리사네!"
"아니, 뭐... 생각보단 맛은 나쁘지 않아"
"부실하지만 오늘은 그냥 먹어줘. 내가 들어올 때 장 좀 볼게."
딸아이를 불러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메신저로 아내를 호출했다.
"오늘 밤에 너와 인생 상담하고 싶어"
숫자 '1'이 바로 없어지고,
"그래."
문자 기반인 메신저인데 마치 음성 지원이 되는 듯했다. 언제나 쿨하고 당찬 아내의 대답이었다. 아내는 나의 전담 상담사다. 아내는 참으로 나에게 상담을 잘해준다. 반면 나는 아내에게 옆 동네 아저씨란다. 상담의 도움이 전혀 되질 않는다나.
무탈하게 보냈지만 가슴 한편이 매우 무거운 하룰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9시 4분 전철 타요. 어서 갈게. 이따 봐"
"오늘 기분이 너무 별로라 인생 상담은 낼하자"
아무래도 오늘 밤은 내 인생 상담보단 아내의 심신을 위로해줘야 할 듯하다. 오늘 아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