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 서서

by 리얼라이어

프랭크 바움의 1900년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가 원작인 판타지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는 캔자스 농장에 살던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쓸려 신비한 나라 오즈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 둥글고 큰 통에 담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옆구리에 끼고 TV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영화를 본 후 한참 뒤에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원작도 읽어봤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오즈의 마법사>와 마주했다.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거라고? 그럼, 당장 에메랄드시로 길을 떠나야겠어. 가자, 노란 벽돌 길을 따라.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한 장면 캡처


내가 직접 제작할 아빠표 독서지도 학습지 <아빠펜> 관해 아내와 딸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딸아이는 "윤쌤! 윤쌤!"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거냐며 재촉했다. 아내 또한 "어이쿠, 윤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면서 집으로 들어오는 내게 배꼽인사로 맞이했다. 불과 며칠 전엔 느낄 수 없었던 부담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이래서야 담에 걸린 어깨가 낫겠나 싶다. 아, 어깨가 바스러지고 찢어질 것처럼 아프다.


하루가 지나고 퇴근길 경춘선에서 이것저것 볼 심사로 유튜브로 검색을 하던 중 우연찮게 사이먼 사이넥의 2010년 TED 강연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두어 번 봤었지만 하차할 시간과 영상의 러닝타임이 비슷하여 재생 버튼을 눌렀다.


사이먼 사이넥의 2010년 TED 강연 한 장면 캡처


2010년 TED 강연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에서 사이먼 사이넥은 '왜(why)'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는 강연에서 애플, 마틴 루서 킹 목사, 라이트 형제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은 what이나 how 가 아니라 why라고 말한다. 기. 승. 전. 왜(why)인 것이다. 아차차. 그래그래. 이토록 <아빠펜> 첫걸음을 떼지 못하고 헛물만 켜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은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해놓았어도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품거나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막상 실행에 옮기는 일을 망설였던 것이다. 내가 믿는 것!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모를 땐 일단 가라!
가다 보면 올바른 길이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본 세상은 더 이상 캔자스가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도로시 또한 두려웠을 것이다. 정말 마법사 오즈가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줄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도로시는 노란 벽돌 길을 따라 걷는다. 일단 길을 나서야 에메랄드시로 갈 수 있으므로. 그래야 마법사 오즈를 만날 수 있으므로. 좋아, 가보자!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걸자!


내가 직접 제작할 아빠표 독서지도 학습지 <아빠펜>의 방향성에서 밝혔듯이 시즌제로 가기 위해서는 시즌 첫 번째는 가벼운 독서로 시작할 것이다. 책을 정했다.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서 딸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선정한 도서는 장편동화 <빨강연필> 이다.


장편동화 <빨강연필> 예스 24 캡처


신수현 작가의 장편동화 <빨강연필>은 2011년 제17회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자 작가의 데뷔작이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점이 아빠표 독서지도의 첫 출항과 닮았다.


이 작품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과의 대결이라는 우리 동화에서 드문 주제를 흥미롭고 성공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아울러 어떤 조력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로서의 어린이를 설정해 그 심리를 촘촘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믿음을 이끌어 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라고 한다. 심사평 자체가 모든 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바라는 점이 아니던가. 나 또한 딸아이가 이 책을 통해 주인공 민호처럼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빨강연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딸아이가 한 번 읽었던 책이라서 선정했다. 단순히 한 번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딸아이가 소장한 책 중에서 아끼는 도서 목록 BEST 10 안에 있어서다. 그만큼 워밍업 수준의 독서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책을 선정했으니 지금부터는 아빠표 독서지도 학습지 <아빠펜>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정할 차례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이 바쁘듯이 딸아이 또한 바쁘므로 숙제를 하기 위한 숙제처럼 <아빠펜>을 대한다면 학습 효과는 떨어질게 분명하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과제를 해내느라 수면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진도는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밀리는 날이 늘어가겠지. 학습지를 밀려본 기억이 있다면 잘 알 것이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나 또한 이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시간에 쫓기고 그 양이 많다고 느껴지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고 말 것이다. 아내도 그 점을 우려한다. 적당히, 적당히 하라고. 너무 잘하려고 하지도 말고 적당히, 적당히 말이다. 따라서 선생으로서 나에게도, 학생으로서 딸에게도 효율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빠펜>은 아래와 같이 진행될 것이다.


# 온라인/오프라인 믹스

- 종이 국어사전 대신 온라인 어학사전을 사용한다.

- 배움은 노트에 직접 쓰며 익힌다.


# 독서와 독서지도

- 한 개의 목차씩 나눠 읽기를 한다.

- 어휘와 어법 표현에 집중하면서 정독을 한다.

- 딸아이는 알쏭달쏭하거나 모르는 어휘와 표현에 빨강색 형광펜을 칠한다.

- 나는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어휘와 표현에 노랑색 또는 초록색 형광펜을 칠한다.

- 빨강색, 노랑색, 형광펜으로 칠한 어휘와 표현을 중심으로 교재를 만든다.

- 문장에서 쓰인 뜻, 다양한 뜻, 해당 뜻을 이용한 예문, 유의어, 반의어, 관용구, 속담을 쓰거나 읽는다.

- 시험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짧은 글짓기를 통해 어휘 능력을 향상한다.


# 시간 할애

- 독서지도에 필요한 교재를 만드는데 목차당 최대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 목차당 쓰며 익히는 시간은 3일을 넘기지 않으며, 만 3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 한 개의 목차가 끝날 때마다 15분 정도 대화하며 서로에게 피드백을 준다.


도로시가 모험을 통해 지혜, 용기, 따뜻한 마음을 깨닫듯. 민호가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서 고민하며 성장하듯. '기존 것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의 힘을 믿는다'는 신념이 애플의 창조성을 증명했듯이. 딸아이도 나도 아빠표 독서지도 학습지 <아빠펜>을 통해 부디 지식과 인성 부자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