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는 당장 시원한 것 같지만, 결국 물을 마셔야 해

모범택시와 사이다 그리고 학교폭력

by 리얼라이어

사이다를 마시면 당장은 시원한 것 같지만 갈증이 더 심해져서 결국 물을 따로 마셔야 한다.

모범택시와 사이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이다를 마시면 당장 시원한 것 같지만, 결국 물을 따로 마셔야 한다.

사이다를 마시면 당장 시원한 것 같지만, 결국 물을 따로 마셔야 한

출처: SBS 드라마 [모범택시] 공식 홈페이지 > 드라마 정보에 소개된 이미지 캡처


이제훈, 이솜, 김의성, 표예진 주연의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시청자들이 발 빠르게 탑승하고 있다.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케미스트리, 흥미로운 설정, 몰입감 있는 전개, <펜트하우스 II>의 후속작이라는 프리미엄에 힘입어 6회가 끝난 지금 16%대의 시청률로 안전운행을 하고 있다. 까를로스, 크크재진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 주요 서사다. 따라서 '악을 악으로' 응징하는 극단적 복수가 주는 카타르시스 또한 자극적이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다 아이들이야.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지. 누가 돌을 던졌건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니까.
ㄴ 무지개 택시 대표 장성철 대사 중



지난 3,4회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에게 의뢰를 받은 무지개 택시 라인이 학교폭력을 일삼는 가해 학생을 상대로 사이다 응징을 담아냈다. 공교롭게도 지난겨울 여자 프로배구단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창 시절 폭력 고발 사태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가 실로 대단했다. 당시 해당 사태로 인해 두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음은 물론 국내 스포츠와 연예계를 가리지 않고 학교 폭력 고발이 들불처럼 번져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었다. 더욱이 <모범택시> 주인공으로 낙점된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이 학창 시절 학교 폭력 의혹에 휩싸여 드라마에서 하차, 지금의 표예진이 '다크히어로'로 활약하고 있다. 만약, 표예진 대신 이나은이 배역을 소화했다면 애먼 화재성으로 드라마가 도마에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모범택시> 3,4회에서 다룬 학교 폭력 소재는 시의적절(時宜適切) 하게 사용된 셈이다.



다만, 소재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되 드라마 <모범택시>의 주인공들이 시청자에게 환호 받을 수밖에 없는 점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모범택시>의 '다크히어로'는 단죄의 대상이 권력자든 어린 학생이든 상관없이 명분에 연연하지 않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한다. '다크히어로' 캐릭터가 화끈할수록, 복수의 방식이 과격할수록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은 커져간다. 아마도 이것은 법과 제도의 한계와 같은 사회적 시스템이 우리 눈높이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약자를 보호하는데 머리와 가슴이 따로인 현실을 사회적 시스템이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다크히어로'들의 폭력적인 활약을 두고 아낌없이 '사이다 응징'이라고 표현한다.



'사이다 장면', '사이다 응징', '사이다 일침', '사이다 화법' 등등 드라마뿐만 아니라 기사, 뉴스에도 심심찮게 '사이다'표현이 쓰이고 있다. '사이다'는 사과 발효주를 일컫는 말로 한국과 일본에서는 레몬과 라임 향이 나는 무색 탄산음료를 가리킨다. '사이다'는 음식을 먹을 때 마시거나 목멜 때 먹기도 하지만 소화가 필요할 때 먹는 일종의 소화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먹고 나면 목과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답답함이 해결된다. 이처럼 '사이다' 음료가 지닌 속성에 빗대어 답답하고 분통터지는 상황에서 속 시원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두고 '사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즉, '사이다'는 '통쾌함'을 뜻한다.



강하나: 마치 사냥당하는 것 같아요. 심증만 있어요.

장성철: 나쁜 놈들이 사냥 당하면 사회를 위해 좋은 거 아닙니까?

강하나: 법 테두리 안에서 사라져야 좋은 거죠.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범죄가 되는 거니까.

ㄴ 강하나 검사와 장성철 대표의 대화 중



그러나 우리는 안다. 사이다를 마시면 청량감에 당장은 시원하다. 하지만 곧 갈증이 밀려온다. 그래서 결국 물을 따로 마시게 된다. 목이 마를 땐 역시 물만 한 게 없다. 이렇듯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악에 대응하는 폭력적 방식이 당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회적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순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범죄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혼쭐의 정도가 넘어선 시스템 밖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식의 해결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범죄며, 모방 범죄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이다를 마시면 당장은 시원한 것 같지만 갈증이 더 심해져서 결국 물을 따로 마셔야 한다.


특히 <모범택시> 3,4회 소재로 쓰인 학교 폭력의 경우가 그렇다. 당장은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 교육을 하면 될 것 같지만, 이들이 학교 폭력 앞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현실을 자세하고 빈틈이 없이 살펴야 한다.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것이 학교 폭력이지만,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것 또한 학교 폭력이다. 오늘 당장 내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 혹은 방관자가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평생을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더불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도의 불안, 우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학교 폭력 가해자는 평생을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낙인이 붙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며, 과거가 떠올라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하면 수사가 이뤄져 죄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소년법상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분을 받는 과오가 남는다. 방관자는 또 어떤가? 학교 폭력을 방관하는 방관자도 잘못이다. 피해자에게 있어서 방관자도 또 다른 가해자일 뿐이다. 방관자는 피해자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학교 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 원인에 관한 이해가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는 신체 공격성과 반사회적 경향이 높으며, 자녀가 공격행동을 했을 때 방임하거나 애정과 관심이 부족한 부모 밑에서 자란 학생이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언어적, 신체적인 폭력을 많이 경험할수록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많고, 또래에 비해 친구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원인에 관한 해법 찾기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학교 폭력이 개인적 특성, 가정, 학교, 사회 등 복합적인 사회환경적 요소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0년대 이후 최근 학교 폭력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피해자, 가해자의 연령이 과거 중고등학생의 연령에서 초등학생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신체적 폭력과 달리 집단 따돌림, 협박, 괴롭힘, 사이버 따돌림과 같은 정신적 폭력의 형태로서 조직적이고 집단화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의 급증으로 사이버 폭력이 무섭게 급증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은 익명성과 전파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확대가 되어 사회적 심각성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을 목격하더라도 자신이 피해자가 될 것을 두려워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방관자로 인해 학교 폭력은 2차, 3차로 점점 확대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부끄럽게도 선생님이나 제도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학교 폭력의 피해 사실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 최근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시스템의 초라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초중고 현장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교육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청소년 상담 센터 등 유관 기관과 민간에서 실질적인 예방과 대처를 위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가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각지대에서 교묘하게 발생하고 있는 학교 폭력은 현장의 시스템을 보란 듯이 비웃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 사회적으로 분노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엄벌 촉구의 목소리가 상당한데, 일각에선 혐오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처분과 처벌에 갖는 관심의 반만이라도 학교 폭력 현실의 이해가 앞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 폭력은 악순환될 뿐 엄벌로 다스리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시스템이 견고하고 학교 폭력의 진화에 따라 처벌 기준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 제고가 수반된 예방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재발할 수밖에 없다. 학교 폭력은 피해자든, 가해자든, 방관자든 모두 우리 사회가 만든 피해자다. 학교 폭력이라는 거푸집을 떼어내면 이들 또한 연약한 사회 구성원이다. 갈증의 해소는 사이다가 아니라 물로서 해결된다. 학교 폭력을 처분과 처벌로 다스리는 것을 문제 해결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SBS NOW / SBS 공식 채널 / [모범택시] 4회 요약 '나이 어리다고 안 봐준다. 학폭 가해자들 혼쭐내러 갑니다' 캡처

드라마 <모범택시> 4회 결말엔 '다크히어로'에게 혼쭐난 학교 폭력 가해자의 모습과 학교로 돌아온 피해자의 모습을 그렸다. 한 번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외양간을 점검해야 다시는 소를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악몽을 떨쳐 낼 수 있도록, 가해자는 또다시 학교 폭력을 일삼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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