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목전에 둔 Y.J에게
늦깎이 결혼을 하는 네게 전하는 현실 조언 세가지
아버지를 곧 영원히 내 마음속에 묻어야 할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네가 상기된 얼굴로 빈소에 들어섰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괜찮아?”
네 모습을 보니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온 듯하여 더할 나위 없이 미안했다. 그래도 우리 아버지가 저 먼 하늘로 소풍을 가는 길에 누구보다 내 친구가 마지막 손님이어서 기뻤지. 그리고 네 덕에 앞으로 몇 시간 아니 며칠간 흘릴 눈물에 앞서 마지막으로 웃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음식이 하나도 없는데 이를 어쩌나 싶었다.
“힘내라!”
“고맙다!”
또다시 먼 길을 가야 할 너에게 음료수 몇 개를 손에 쥐어 주니 한 개만 가져가겠다고. 이것도 다 돈이니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 이내 담뱃불을 끄고.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준 네 손길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른다. 그 순간 알았지. 넌 표현이 서툴러도 마음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것을.
졸업 후 경조사 제외하면 우린 몇 번이나 만났을까? 하기야 만남의 횟수가 뭐이 그렇게 중요하겠어. 한 번을 만나도, 만나서 입버릇처럼 육두문자를 날려도 술 한잔에, 담배 한 개비에 서로를 응원했던 그 진심의 말이 여전히 잔에 담겨 있고, 아직도 꺼질 줄 모르는 담뱃불로 남아있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지. 뭐, 네가 잊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넌 깜빡깜빡하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결혼은 잊지 않아서 다행이다. 늦깎이 결혼이라고 해도 오월의 푸르는 날, 싱그런 오월이 가기 전에 평생을 손잡고 갈 사람과 뜨거울 여름을 헤쳐 나가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내가 네 예식에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되어 어떻게 미안함을 전해야 할지 몇십 번이고 고민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너에게 내키지 않는 전화를 하려고.
그전에, 먼저 가정을 이룬 내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세 가지가 있다. 현실 조언으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아내는 다 안다. 이미 네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그 눈 길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일백 번 사랑한다고 말해도 다 소용없다.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 믿음 안에서 사랑한다고 말해야 네 진심이 진심으로 전달된다. 따라서 함부로 입을 떼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럴 땐 표현이 서툴러서 종종 과묵한 네 성향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아기가 태어나도 잠은 아내와 같이 자야 한다. 네가 아빠가 되고 내가 삼촌이 된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넌 네 아이를 끔찍하게 여길 거야. 더욱이 적잖게 밤을 새우거나 주말도 없이 일을 해야 하는 네 직업 특성상 한 번 품에 안은 아이를 절대 놓지 않을 거란 것을 안다. 그럼에도 일에 치여 안락한 잠자리를 원하게 될 거야. 만약 아내가 작은 방에 네 이부자리를 깔아 놓더라도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때부터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에 소홀해지면 훗날 서로 잠시 뒤척여도 쉽게 잠에 들 수 없게 된다. 단, 네 잠버릇에 자는 아기를 깨우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것은 독박을 쓰는 일이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는 자주 드려야 한다. 네 부모님은 물론 아내의 부모님 모두 말이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은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유명한 한시를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부모님은 늘 우리 곁에 가깝게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떠나가면 두 번 다시 만나 뵐 수 없는 것이 부모님 이더라. 내 아버지가 남겨 주신 유산은 ‘가족의 소중함’이다. 꼭 큰 일을 겪지 않고도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난 그러지 못했으니 부디 너라도 가슴에 품고 살아가길 당부한다.
마음이 무겁구나. 기꺼이 내가 가야 할 자리에 가지 못함에 네가 많이도 서운할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 너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하려고 해.
두 사람 앞날에 축복이 충만하기를 바라며,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친구야!